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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이 말했다. 방송권을 따려는 신문사들이 허가권을 쥔 이명박 정부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정부 비판기사를 자제하고 있다는 말, 그리고 정부는 종편을 따려는 신문사들의 처지를 역으로 이용해 친MB적 상황을 유도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소리를 전하면서 경고했다. “장난치면 안 된다”고, "방송허가 빌미로 정치게임 말라"고. <원문 보기>

그러면서 ‘까놓고’ 말했다. 이렇게.

“방송계의 다양성 확보. 다시 말해 보수, 우파 또는 주류사회의 폭넓은 견해를 대변하는 매체의 출현이라는 대의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

주목하자. 그가 말하는 방송은 ‘보수, 우파 또는 주류사회의 견해를 공정하게 반영’하는 방송이 아니다. ‘대변’하는 방송이다.

김대중 고문은 공적 재산인 방송을 ‘사기업’인 신문과 같은 것으로 본다. 그래서 다양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보수, 우편향의 논조를 가진 신문도 있고, 진보, 좌파성향의 논조를 가진 신문도 있(는)” 것처럼 방송도 좌파 방송이 있으면 우파 방송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양성은 모든 방송이 공정성 틀을 통해 구현해야 하는 가치인데도 오히려 두 개의 편으로 방송을 가르는 기준으로 여긴다. 

김대중 고문의 기상천외한 방송관을 접하니 반문이 절로 나온다. 이런 것이다.

그럼 왜 이른바 좌파방송을 물고 늘어지는 걸까? 김대중 고문의 주장대로 ‘보수, 우파 또는 주류사회의 폭넓은 견해를 대변하는’ 방송이 정당하다면 ‘진보, 좌파 또는 비주류사회의 폭넓은 견해를 대변하는 방송’ 또한 정당한 것 아닐까? 그는 뭐라고 답할까?

‘YES’라고 하면 곤란하다. 그가 몸담고 있는 ‘조선일보’를 위시한 보수신문이 방송을 공격한 주된 논리가 편향성이었으니까 ‘YES’라고 대답하면 이전의 공세는 부당한 침공이 된다. 'NO'라고 해도 곤란하다. 그렇게 답하는 순간 독선에 빠진다. 방송이 우파는 대변해도 좌파는 대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배째라‘ 주장과 비슷하다.

혹시 이런 걸까? 종편은 좌파 우파 대변해도 되지만 지상파는 그러면 안 된다는 주장일까? 지상파는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니까 특정 이념에 경도돼선 안 되지만 종편은 케이블을 이용하는 '사기업'이니까 특정이념을 대변해도 된다는 주장일까?

어림없다. 이런 식으로 지상파와 종편을 나누려면 다시 짜야 한다. 방송통신위가 갖고 있는 종편 허가권과 심의징계권을 내놓고 원하는 곳은 누구나 신고만 하면 종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양성은 자율성에 의해 담보되는 것이니까 이렇게 하는 게 맞다. 

달리 방법이 없다. 김대중 고문의 방송관을 논리 영역에서 해석할 방도가 없으니 그냥 이렇게 이해하자. 실수한 거라고, 무심결에 천기를 누설해 버린 것이라고 이해하자.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하려는 진짜 이유를, 방송통신위가 ‘돈 있는 신문사만의 잔치판’을 여는 진짜 이유를 얼떨결에 내비친 것이라고 이해하자. 방송원리 따위는 안중에 두지 않고 정치게임을 하고 있다고 이해하자.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