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떼기가 버겁다. 고인의 인생이 대서사인데 어찌 세 치 혀에 쉬 올리겠는가. 고인의 인생이 너무 크고 고인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
죄스럽다는 말 외에는 꺼낼 게 없다. 편히 보내드리지 못한 게 죄스럽다. 남은 자로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남북관계가 퇴행하는 모습을 보인 게 죄스럽다.
감히 입에 올린다. 차라리 2007년에 떠났으면 하는 헛된 상상을 해본다. 민주정부 하에서 6.15남북공동선언의 맥이 10.4선언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천수를 마감했다면 이처럼 죄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망상을 품어본다.
그랬다면 노구를 휠체어에 의지한 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울분을 토해내는 일은 없었을텐데…. 갖은 욕설을 얻으면서까지 행동하는 양심을 일깨우는 연설을 하지는 않았을텐데…. 그런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었다면 이렇게 아프게, 이렇게 힘없이 가지는 않았을텐데….
티끌만한 위안이라도 될 수 있었을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풀어놓은 방북 보따리가 길 떠나는 고인의 마른 심장에 입김이라도 불어넣을 수 있었을까?
남은 자의 마음이 너무 무겁고, 보내는 자의 심정이 너무 아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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