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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2011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사들이 쏟아지지만 어디에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회고하는 기사는 없다. 올해의 인물로 안철수 원장이 등장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얼굴 내미는 와중에도 오세훈 전 시장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모두 ‘수혜자’다. 안철수 원장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오세훈 전 시장의 ‘헛발질’ 덕에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인 사람들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길을 열었기에 내달린 사람들이다.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최근에 한나라당을 쇄신하겠다며 부산을 떠는 비상대책위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등장 과정을 짚다보면 최종 귀착되는 지점이 오세훈 전 시장의 ‘헛발질’이다. 그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도박판’으로 끌고 가지만 않았어도 출현하지 않았을 사람들이다.

오세훈 전 시장은 이렇게 2011년 정치사에 획을 긋고 분수령을 만든 인물이다. 그래서 살펴야 한다. 그의 족적에 돋보기를 들이대야 한다.

‘악취미’의 발로가 아니다. 이미 지나간 일을 ‘오징어 땅콩’ 삼으려 함이 아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족적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미래지향형이다. 그의 족적을 반면교사 삼으면 내년이 보인다. 선거의 해에 등장할 수많은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기준이 잡힌다. 

오세훈의 실패가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했던가. 똑같다. 이미지로 흥한 자, 이미지로 망한다. 오세훈의 ‘실패’가 전하는 첫 번째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다.

‘오 변호사’로 등장해 ‘오세훈 법’을 발판 삼아 ‘오 시장’이 됐던 그다. 이랬던 그가 결국엔 ‘오세이돈’을 거쳐 ‘오세훈이’이란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젠틀’한 이미지에 개혁적 이미지까지 얻었던 그가 결국엔 무능과 투정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왜였을까? 왜 오세훈 전 시장은 극단의 이미지를 오갔던 것일까? 이 지점에서 오세훈의 실패가 던지는 두 번째 메시지가 나온다.

그가 긍정의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맡겼기 때문이다. 민심의 흐름, 시대정신의 맥락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맡겼기 때문이다. 그가 부정의 이미지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맞섰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고려해 민심의 흐름, 시대정신의 맥락에 맞섰기 때문이다.

그가 긍정의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벗어났기 때문이다. 정파와 진영에서 벗어나 보편성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그가 부정의 이미지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함몰했기 때문이다. 정파와 진영의 논리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그가 긍정의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보여줬기 때문이다. 대중 앞에 서서 자신의 좋은 점만 능동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가 부정의 이미지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보여졌기 때문이다. 대중 앞에서 자신의 실체가 피동적으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확인한다. 오세훈의 실패가 던지는 메시지는 이미지와 실체의 간극이고, 국민여론과 진영논리의 간극이며, 퍼포먼스와 전시회의 간극이다.

만나게 될 것이다. 해를 넘기면 이미지로 연출하고, 진영논리로 무장한 채 퍼포먼스를 펼치는 수많은 후보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확인할 일이다. 이미지 이면의 실체를, 진영논리의 민심 반영 정도를, 퍼포먼스의 위장성을 확인할 일이다. 오세훈의 실패를 상기한다면 확인하고 또 확인할 일이다.

오세훈의 실패가 던지는 메시지는 이처럼 크고 깊다. ‘감사패’를 선사해도 모자랄 정도로….

▲사진=오세훈 전 서울시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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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찬에 가깝다. ‘동아일보’는 ‘쇄신킥’이라고 했고, ‘조선일보’는 ‘쇄신 드라이브’라고 했다.

이들이 극찬한 건 한나라당 비대위의 ‘디도스 대책’이다. 최구식 의원에게 자진탈당을 요구하고, ‘검찰수사 국민검증위’를 설치하고, 당 소속 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이다. 

어떨까? 한나라당 비대위는 정말 ‘쇄신킥’을 날린 걸까? 아니다.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선 뜨악하다. 당장 이런 의문이 싹튼다. 왜 최구식 의원에게 출당이나 제명 같은 더 강한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자진탈당만 권유했을까하는 의문이다. 그래도 출당이나 제명 조치 정도는 내려야 ‘불신 뚫고 하이킥’ 수준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비대위의 첫회의 내용을 브리핑하던 황영철 대변인이 밝혔다. “논의 결과 검찰 수사에서 무죄가 입증되면 그때 다시 입당하면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확신하지 못한다. 최구식 의원이 디도스 공격에 연루됐다는 확증을 갖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거꾸로다. 기울어 있다. 최구식 의원이 연루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런 말이 함께 나오긴 했단다. ‘국민이 믿지 않는다’는 말이란다. 하지만 이게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는 자기 발에 족쇄 채우는 조치다. 한나라당 스스로 주창하지 않았던가. 인기영합주의, 즉 포퓰리즘은 안 된다고 선창하지 않았는가. 포퓰리즘이 꼭 복지정책에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이렇게 갈음하고 나서 다시 살피면 본질이 드러난다. 비대위의 최구식 의원 자진탈당 권유의 정당성이다. 없다. 그렇게 요구할 어떤 근거도 비대위는 갖고 있지 않다.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비대위가 근거도 없으면서 자진탈당을 요구했다면 이는 ‘쇼’다. 더불어 ‘방벽 치기’다. 따가운 눈총 보내는 국민에게 ‘쇼’를 펼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검찰 수사 이후에 불어닥칠지도 모를 화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나’ 살자고 ‘너’를 버리는 것이다.

‘검찰수사 국민검증위’라는 것도 그렇다. 이는 옥상옥이요, 무허가 건물이다. 이미 여야가 사실상 합의했다. 디도스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넘기면 될 일이다. 수사권도 없는 ‘국민검증위’가 나댈 게 아니라 수사권을 갖고 있는 특검에 전권을 몰아주면 될 일이다. 누가 봐도 신뢰할 만한 인물을 특검으로 위촉하고,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고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될 일이다.

그래서 ‘국민검증위’ 역시 ‘쇼’다. 더불어 ‘새치기’다. 국민이 검찰 수사 이후에도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쇼’를 펼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비 위치에서 벗어나 공격 위치로 은근슬쩍 끼어들려는 것이다. 백댄서가 메인 보컬 제치고 앞에 나서려는 것이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야 한다. 비대위는 ‘쇄신킥’을 날린 게 아니라 ‘눈가림쇼’를 벌인 것이다.

▲사진=한나라당 비상대책위가 어제 첫회의를 열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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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작은 아닌 것 같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박근혜 의원이 위촉한 비상대책위원을 보면 눈길이 꽂히는 인물이 적잖다. 경제민주화 조항이라고 불리는 헌법 119조 2항을 입안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들어가 있고, 이명박 정권과 각을 세웠던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들어가 있다. 두 사람 모두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제 할 말을 다 했던 사람들이다. 기존의 한나라당 색깔과는 다른 인사들이다.

의지는 확실한 것 같다. 박근혜 위원장이 한나라당의 낡은 보수 이미지를 깨겠다는 의지만은 확고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인사들을 비상대책위원으로 위촉할 생각을 했겠는가. 한나라당을 합리적 중도 보수로 좌클릭시키려는 의지가 두터운 것 같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의지가 꼭 그만큼의 성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의지 따로 결과 따로인 경우도 흔하다. 의지는 환경의 제약을 받는다. 사실상 전권을 위임받은 박근혜 위원장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그 또한 여러 제약요인들을 헤쳐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을 옥죄는 제약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당내에 여전히 깔려있는 보수본색까지 포함하면 세 가지이지만 이는 고려치 말자. 바람보다 먼저 눕는 갈대의 속성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이니 당내의 보수본색은 박근혜 위원장이 어느 정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제쳐두자.

박근혜 위원장이 당장 맞닥뜨려야 하는 제약요인은 이명박 정부다. 힘이 빠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1년 넘게 정책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색깔이 박근혜 비대위에 스며들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나오지 않았는가. 박근혜 위원장이 도입을 추진하던 ‘취업활동 수당’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손사래쳤다고 하지 않는가.

이명박 정부의 어깃장은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가 대선 공약을 가다듬는 브레인 집단이라면 아무 문제없겠지만 총선 전까지 한나라당을 환골탈태시켜야 하고, 그러려면 어쩔 수 없이 이명박 정부와 정책 협의를 하지 않을 수 없기에 박근혜 비대위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없다. 2004년에 천막당사를 칠 때와는 판이 완전히 디른 것이다.

그래도 이건 괜찮다. 여차하면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우면 되니까, 이를 통해 자연스레 정책 차별화를 꾀하고 거리두기를 모색하면 되니까 최소한 본전치기는 한다. 제약요인이긴 하지만 못 넘을 벽은 아니다. 더 큰 제약은 따로 있다. 뼛속까지 보수인 유권자층이다.

박근혜 비대위가 한나라당을 좌로 반클릭 이동시키면 이들이 반발한다. 보수의 정체성을 버리고 좌파의 포퓰리즘을 흉내 낸다고 비난한다. 가상상황이 아니다. 실제 있었던 상황이다.

2007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일 때 당심과 민심이 갈렸다. 당심은 박근혜 후보에게 기울었지만 민심은 이명박 후보를 선호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민심은 보수색이 짙은 박근혜 후보보다는 중도 이미지의(더 정확히 표현하면 그렇게 보였던) 이명박 후보를 미더워했다.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경제를 살리는 데 이명박 후보가 더 낫다고 평가했다. 민심의 이런 평가는 경선 결과에 그대로 투영됐다.

하지만 모두가 이명박 후보의 중도 이미지를 선호했던 것은 아니다. 뼛속까지 보수인 유권자층은 이명박 후보를 탐탁치않게 여겼다. 그래서 무소속으로 나온 이회창 후보를 선택했다. 무려 355만 명에 달하는 보수 유권자가 이명박 후보를 등졌다(이들 중에서 박근혜 지지자들을 뺀다 해도 그 숫자는 적잖았다).

대선 때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이들은 강경보수 노선을 주문했고, 어정쩡한 중도 이미지를 걷어낼 것을 다그쳤다. 그래서 나온 결과가 공안몰이요 대북봉쇄다.

이들이 태클을 걸면 박근혜 비대위는 흔들린다. 왼쪽에서 진보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오른쪽 측면을 치면 박근혜 비대위는 좌우 연타를 맞는다.

박근혜 위원장이 이에 ‘맞짱’ 뜨는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지만 이는 헛된 그림이다.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우는 건 최소한 본전치기이기에 부담이 덜 하지만 이들과 ‘맞짱’을 뜨는 건 최소한 중상이다. 어차피 박빙의 승부를 펼쳐야 하는 대선을 고려한다면 한 표 한 표가 천금 같다.

어떻게 될까? 박근혜 위원장이 이런 점을 고려해 머뭇거리면, 의지와는 다르게 보수 본색이 다시 발동하면 어떻게 될까? 비대위가 잘 굴러갈 수 있을까?

▲사진=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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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코미디다. 28살 밖에 안 된 김정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이어 최고 권력자가 되는 현실은 난센스다. 우리가 아는 한 김정은은 한 일이 없다. 북한에서 말하는대로 하면 ‘백두의 혈통’, 우리의 일상용어로 하면 ‘유전자’를 이어받았다는 것 외에는 그가 북한 최고 권력자가 돼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엄밀히 말해 사기업에 불과한 재벌의 2·3세 상속조차 곱게 보지 않는 우리 아닌가. 하물며 2400만 북한 주민의 삶을 짊어져야 하는 북한 최고 권력자 자리를 단지 부모 잘 만나 거머쥐는 모습이 어찌 좋게 보이겠는가. 그건 부조리에 가깝다.

그런데도 원치 않는다. 김정일 위원장 사후의 북한이 급속히 붕괴되는 일은 원치 않는다.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성에 휘말리는 것 또한 원치 않는다. 

이유는 하나다. 한반도 평화 관리가 절대명제요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 관리만이 국민의 안녕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점증되는 수준을 넘어 붕괴상태로 이어지면 악몽 같은 상황이 도래한다. 김정은 체제의 붕괴가 한반도 전체를 아수라장 같은 혼미 상태로 내몬다.

솔직하게 묻고 답하자. 북한 체제가 붕괴해 수십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이 월남을 했을 때 우리는 그들을 감당할 여력과 의지가 있는가. 군사적 위기가 고조돼 하루하루를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상황을 감내할 수 있는가. 금전적·정서적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는가.

우리의 현실이 이렇다. 북한을 앞에 두고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북한 최고 권력자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못하면서도 최고 권력자의 정치기반이 안정되기를 기대하는 게, 부인하고 싶어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다.

감정적·도덕적 접근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감정의 배설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생산성은 없다. 이성적·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발 불안요인을 극소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 조문 논쟁이 한창이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줄기가 아니라 가지다. 본질적인 문제는 남북간 교류다. 민간을 넘어 당국간 교류까지 모색해야 한다.

한반도 주변 4강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점증될 경우 주변 4강, 특히 미국과 중국이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 가늠하기 힘들다. 만에 하나의 상황에까지 대비한다면 남북간 핫라인을 구축하는 건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한반도의 운명이 미중의 선택에 따라 갈리는 상황을 방지하려면 남북간 교류를 통해 완충제 겸 방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조문은 이를 위한 출발점이다. 남북간 교류를 트기 위한 시작이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발이다. 이희호 씨나 권양숙 씨의 조문을 막을 이유가 없다. 그건 사적 조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북한이 조문단과 조전을 보낸 데 대한 답례 차원이다. 이런 사적 조문을 막을 게 아니라 오히려 정부 차원에서 조의를 표하는 것까지 모색해야 한다.

좋아서가 아니라 필요해서 하는 말이다.  

▲사진=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 전 김정은과 함께 기업소를 시찰하는 모습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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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이 대놓고 말했다. “짜증난다”고 했다. “일방적인 소설을 쓰는데 사실에 근거해서 써야지 언론사 기자라는 사람들이 이래서 되겠냐”고 했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 조현오 청장이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과 두 차례 전화통화를 했다고 보도한 후 ‘한겨레’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이같이 쏘아붙였다.

어이가 없다. 사돈 남 말 하는 것 같아 듣기 민망할 정도다.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돼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말 한 사람이 조현오 청장이다. 근거가 뭐냐는 질문이 쇄도하는데도 뚜렷한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입 닫은 그다. 그런 그가 ‘일방적 소설’을 운위하니 어이가 없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꼬투리 잡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사안은 나눠서 봐야 한다. 그 때 일은 그 때 일이고, 지금 일은 지금 일이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한겨레21’의 보도가 조현오 청장의 주장대로 ‘일방적 소설’이라면 짜증내는 수준에서 끝낼 일이 아니다. 조현오 청장 말대로 법적대응을 하고도 남을 일이다.

한데 어떡하나? ‘한겨레21’의 보도가 ‘일방적 소설’ 같지가 않다. 조현오 청장 스스로 인정했다. 김효재 정무수석과 두 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은 인정했다. ‘한겨레21’의 ‘기초 사실’은 틀리지 않았다. 

그럼 남는 문제는 전화통화의 성격. 조현오 청장 주장대로 ‘사실 확인’이었는지, 아니면 ‘한겨레21’이 제기한 의혹처럼 ‘압력 행사’였는지가 관심사다.

‘한겨레21’은 이와 관련해 시점에 주목했다. 경찰이 7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디도스 공격 연루자들 사이에 1억 원의 돈거래가 있었던 사실, 그리고 청와대 행정관이 사건 연루자들과 술자리를 함께 한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직후에 김효재 정무수석이 조현오 청장에게 전화를 한 사실에 주목했다. ‘사실 확인’ 차원이었다면 경찰과 청와대 치안비서관 사이에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 굳이 김효재 정무수석이 직접 나서서, 그것도 보고 직후에 전화를 건 이유에 주목한 것이다. 

물론 달리 볼 여지도 있다. 워낙 큰 사건이었던 만큼 청와대 입장에서 사실관계를 재삼재사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한겨레21’은 또 하나의 사실에 주목했다. 김효재 정무수석이 디도스 사건처리 문제와 관련해 정진영 민정수석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효재 정무수석이 강 건너 불구경한 게 아니라 스스로 팔 걷어붙이고 대책을 숙의하고 있었던 점에 비춰 조현오 청장에게 사건 처리 방향을 언급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경찰의 9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1억 원 돈거래 사실이 누락된 점을 주목한 것이다.

이 또한 달리 볼 여지가 있을지 모른다. 김효재 정무수석이 정진영 민정수석과 디도스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한 점도, 경찰이 수사결과 발표에서 1억 원 돈 거래 사실을 누락한 점도 ‘압력 행사’의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정황만 갖고 무리하게 의혹을 제기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 될 게 없다. 언론 본연의 사명은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것이다. 의심의 합리성만 갖춰지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건 언론의 사명이자 숙명이다. 구중궁궐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행태를, 수사권을 갖지 않은 언론이 감시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은 기초 사실과 주변 정황에 의거해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 감시를 활성화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다. ‘한겨레21’은 이런 언론 본연의 역할에서 일탈하지 않았다.

조현오 청장이 짜증내도 어쩔 수가 없다. 아니, 지금의 짜증은 약과일 수도 있다.

‘한겨레21’이 제기한 게 ‘합리적 의심’이라면 그 파장은 넓고 길 수밖에 없다. 김효재 정무수석마저 등장함으로써 디도스 사건은 사법문제를 넘어 정치문제로 비화됐다. 그래서 민주통합당은 정치적으로 문제 삼을 태세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한 박근혜 의원도 마침 디도스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바라고 있다고 하니 그냥 넘어갈 것 같지는 않다.

재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그래서 정치권이 추가로 나선다면 조현오 청장이 짜증 낼 일은 속출하게 돼 있다. 국정조사를 받든, 특검 수사를 받든 그건 짜증 나는 일임에 분명할 테니까.

▲사진=조현오 경찰청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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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두 편을 소개한다. ‘개그콘서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리얼 코미디다. 박근혜 의원과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 7명이 함께 연출해낸 정치 코미디다.

#1
박근혜 의원이 말했다. “당이 잘못했다고 부수고 새로 만드는 것은 국민이 눈속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재창당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쇄신파의 재창당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당을 뼛속까지 바꾸자.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과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희한하다. 재창당을 거부하면서도 재창당을 뛰어넘겠다고 했다. 재창당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과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2
쇄신파 의원들이 화답했다. “(박근혜 의원의 생각이) 우리 의견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박근혜 의원의 쇄신 의지를 확인한 만큼 재창당은 명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재창당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던 남경필 의원마저 같은 말을 했다. “허심탄회하게 공감한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했다.

적나라하다. 당의 환골탈태를 요구하던 쇄신파 의원들이 단 90분 회동 만에 안면몰수했다. 박근혜 의원은 당을 뼛속까지 바꾸자고 하지만 쇄신파 의원들의 뼛속엔 안주DNA가 차있다.

너무 희화화한 것일까? 진심과 맥락을 읽지 못하고 말꼬투리만 잡은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박근혜 의원의 “민생과 일자리를 챙기는 게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고 이렇게 한 뒤 당명 바꾸는 것도 논의를 하겠다”고 했으니 ‘선 내용 후 형식’을 강조한 것으로 읽을 여지가 있다.

하지만 아니다. 박근혜 의원이 언급한 ‘시간 부족’을 상기하면 ‘선 내용 후 형식’은 공수표다. 결제대금 회수를 기약할 수 없는 문방구 어음이다.

세 살배기 아이도 안다.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심화돼온 민생과 일자리 문제를 단 몇 개월 만에 가시적인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건 장밋빛 그림에 지나지 않다는 걸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쇄신파는 안다. 그래서 그들은 ‘선 내용 후 형식’이 아니라 ‘선 형식 후 내용’을 주장한 것이다. 내용을 바꿔 국민에게 진정성을 내보이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 총선이 코앞이라는 사실 때문에 형식 파괴, 즉 재창당을 요구한 것이다. MB와의 단절, MB노믹스의 폐기, 한나라당의 파탄을 먼저 선언하고 실천에 나서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의원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형식 파괴를 거부하면서 시간이 몇곱절은 더 들 내용 보강을 주장했고, 쇄신파는 그런 박근혜 의원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러니 어찌 코미디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진=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어제 국회에서 쇄신파 의원들과 만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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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말한다. 한나라당의 위기는 박근혜의 위기다. 정태근·김성식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 선언이 또 한 번 증명했다.

두 의원의 탈당 선언이 재창당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한 반발이라고 하지만 이는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본질은 반발이 아니라 절망이다. 재창당 요구의 뒤끝이 아니라 재창당 요구의 절박성이다. 

이런 진단은 아주 단순한 가정에 근거한 것이다. ‘박근혜 의원이 당의 간판으로 나서 이탈된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란 가정이다. 별 문제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더 좁혀서 쇄신파 의원들이 박근혜 의원의 정치적 파괴력에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면 재창당 요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십여 년 동안 쌓아올린 한나라당의 질서를 일거에 무너뜨리면서까지 재창당을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꾸로 보면 된다. 쇄신파가 집요할 정도로 재창당을 요구한 것은 이런 가정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의원의 존재만으로는 성난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존재를 지우지 않은 채, 외부 인사를 대거 끌어와 그 자리를 메우지 않은 채 박근혜 의원만으로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영남지역은 몰라도 반MB·반한나라당 정서가 심한 수도권에서는 이런 가정이 현실화될 여지가 크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도권에 정치적 둥지를 튼 쇄신파가 재창당을 요구한 것이다.

쇄신파는 박근혜 의원을 비싸지만 철 지난 옷으로 본 것이다. 비싸서 버릴 수는 없지만, 철 지나 때깔은 약간 빠진 옷이라 여겼기에 그 옷 위에 액세서리를 붙여 커버하려고 한 것이다. 정태근·김성식 의원은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박근혜 의원에게 기댄다고 해서 ‘금배지’가 보장된다고 여기지 않은 것이다.

아무튼 묘하게 됐다. 박근혜 의원에 대한 전략적 믿음의 부족이 탈당 선언을 불렀다면, 탈당 선언이 다시 박근혜 의원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쇄신파의 재창당 요구과정에서 당내 의견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박근혜 의원의 면모가, 자신을 중심으로 당내 질서를 재편하려는 박근혜 의원의 의도가 그대로 노출돼 버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의원은 전략적 제휴세력인 쇄신파를 잃었다. 함께 친이계에 맞설 우군을 잃어버린 것이다.

박근혜 의원은 이중고를 안게 됐다. 리더로서의 면모에 생채기가 났을 뿐 아니라 리더십의 기반마저 일부 잃고 말았다. 박근혜의 위기를 가중시킬 요인을 겹으로 떠안은 것이다.

이것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일지 모른다. 정태근·김성식 의원의 탈당으로 상황을 종료시킬 수만 있다면 털고 일어설 여지가 있을지 모른다. 한데 그래 보이지 않는다. 2명이 추가로 탈당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만이 아니다.

큰 줄기는 따로 있다. 친이계다. 이들 또한 재창당을 요구했다. 재창당을 요구하는 의원모임까지 만든 바 있다. 이들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 쇄신파가 탈당 선언을 하는 와중에도 꿈쩍않고 있다. 박근혜 의원에 대한 전략적 믿음은 고사하고 정서적인 믿음조차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인데도 아직까지 별 소리가 없다. 암중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움직인다면 어떻게 될까?

박근혜 의원의 처지는 한마디로 첩첩산중이다.

▲사진=탈당 선언을 한 한나라당의 정태근 의원(왼쪽)과 김성식 의원(오른쪽).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