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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서울시장 출마를 보도하는 언론의 접근법이 다릅니다.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한국일보’는 한 줄 걸치기만 했습니다.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후보 선출과 관련해 눈치작전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외부 인사로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최종 영입대상에 올랐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경향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나라당이 강지원 변호사를 삼고초려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강 변호사와 더불어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접촉 중이다”고 전했습니다. 이게 끝입니다.

한데 다릅니다. ‘조선일보’는 두 신문과는 확연히 다른 보도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는 소식을 1면에 전진배치한 데 이어 4면에 인터뷰 기사와 분석기사를 실었습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출마에 상당한 무게를 둔 겁니다.

왜일까요? ‘조선일보’는 왜 두 신문과 달리 이석연 전 법제처장에 관심을 보인 걸까요? 일단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팩트의 차이입니다.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의 취재결과가 ‘설’ 또는 ‘전언’에 머물러 있는 반면 ‘조선일보’는 ‘최종 확인’을 거친 것입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인터뷰를 해서 그의 속내를 직접 들은 것이죠. 이 같은 차이가 기사 처리 방식의 차이를 낳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관점의 차이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이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대수롭지 않은 인물로 바라본 반면 ‘조선일보’는 다른 무엇에 주목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입니다.

똑같습니다. ‘조선일보’가 전하고 부각시킨 ‘이석연의 길’이 ‘박원순의 길’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습니다.

먼저 출마 방식.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그랬답니다. “한나라당에 입당해 경선에 나서는 문제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라며 “건전 시민세력과 함께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 시민들의 평가를 받아볼 생각”이라고 했답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이 같은 구상은 박원순 변호사가 택한 출마 방식과 완전히 똑같습니다. 이른바 ‘시민후보’가 되어 한나라당 내부 경선을 거친 후보와 단일화 경선을 하겠다는 점에서 100% 일치합니다.

다음은 걸어온 길. ‘조선일보’가 정리했습니다. 두 사람의 뿌리가 똑같이 시민운동이고,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도 같다고 했습니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경실련에서, 박원순 변호사가 참여연대에서 시민운동을 했는데 2000년 총선 때 박원순 변호사가 주도한 낙천·낙선운동에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반대하면서 두 사람의 길이 갈리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두 사람이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보수와 진보 노선으로 나뉘었다는 겁니다.

이렇게 뜯어보고 나니까 궁금해집니다. ‘조선일보’가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띄운 의도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상업성을 고려했기 때문일까요?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박원순 변호사의 ‘같은 뿌리 다른 길’이 독자들의 흥미를 돋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여서 일부러 키운 걸까요?

아니면 전략적 고려를 했기 때문일까요?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손자의 말을 교본 삼아 박원순 변호사를 ‘잘 아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의도적으로 키우는 것일까요? ‘같은 뿌리’를 가진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내세워야 박원순 변호사의 ‘뿌리’를 들춰낼 수 있고, ‘오른쪽 길’을 택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내세워야 박원순 변호사의 ‘왼쪽 길’을 공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걸까요?

‘조선일보’의 의도가 무엇이든 그것에 부응하기엔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체급이 낮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도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체급이야 보수언론의 ‘영양식’ 집단공급을 통해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박원순 변호사를 향해 쏟아낼 말, 말, 말일 겁니다.

▲사진=이석연 전 법제처장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언론이 남긴 ‘마지막 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개시됐다. 오늘 밤 9시면 주민투표 성립 여부를 가르는 투표율이 발표된다고 하니까 굳이 긴 말을 할 필요는 없다. 그냥 지켜보는 게 순리다. 하지만 몇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겠다. 주민투표에 부쳐 언론이 남기거나 전한 ‘마지막 말’ 두 개다. 

‘조선일보’가 규정했다. 이번 주민투표는 “5000만의 ‘복지 틀’(을) 정하는 주민투표”라며 “서울 시민들은 자신이 투표를 하지 않으면 기권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에 표를 던지는 선택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투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궁금하다. 만에 하나 투표율이 33.3%에 미달돼 주민투표가 성립되지 않으면 ‘조선일보’는 이를 보편적 복지를 추인한 것으로 인정할까? 5000만의 ‘복지 틀’이 결정된 것으로 인정할까?

‘한국일보’가 전망했다. 투표율이 20% 초반을 기록하면 여당은 내홍에 빠지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즉시 사퇴해 10월 보궐선거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전망했고, 투표율이 33.3%에 근접하면 여야가 난타전을 벌이면서 오세훈 시장이 9월 말까지 시장직을 유지할 공산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주민투표 성립과 불성립에 따른 정국 시나리오를 짜는 건 그렇다 쳐도 이런 식의 시나리오까지 왜, 굳이 짜야 할까? 오세훈 시장의 패배에도 ‘질’이 있는 걸까? 뉴스를 만들려는 언론의 의도는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의미없다. 투표율 33.3%는 ‘최소’ 요건이다. 이 ‘최소’ 요건을 굳이 잘게 썰 이유가 없다.


박근혜의 기조는 ‘모호성’

글은 하나인데 해석은 제각각이다. 박근혜 의원이 미국의 외교전문 격월간지인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을 두고 언론마다 제 각각의 해석을 내놓았다.

‘조선일보’는 “역대 다른 정부의 포괄적 대북정책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많았다”고 했다. 극과 극의 해석이다.

언론의 색깔 차이에서 기인한 해석일까? 한쪽은 보수언론이라고 평가되는 곳이고, 다른 한쪽은 진보언론을 자처하는 곳이어서 이렇게 상반된 해석을 내놓은 걸까? 그렇지가 않다. 보수언론 내에서도 해석이 갈렸다.

‘동아일보’는 경계했다.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꼽히는 ‘신뢰’를 통해 꼬일 대로 꼬인 북한 문제를 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신뢰구축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신뢰할 만한 억지, 끊임없는 설득, 효율적인 협상전략을 적절히 조합하라는 주문만으로는 DJ와 MB가 노정한 대북정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호평했다. “지난 20여 년 사이 역대 정부 대북정책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을 모두 짚고 이를 함께 아우르는 대북정책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정책논의의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가 가능하다”고 했다.

왜 이렇게 갈리는 걸까? 무엇이 언론의 색깔 차이조차 무의미하게 만드는 걸까? 다른 방법이 없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원전’을 직접 보는 수밖에 없다.

박근혜 의원의 대북정책 기조는 ‘신뢰외교’와 ‘균형정책’이다. ‘신뢰외교’는 “국제적 규범에 근거, 남북한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이행하게 하는” 것으로 이를 위한 2대 원칙으로 “북한은 한국 및 국제사회와 맺은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며, 평화를 파괴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들었다. ‘균형정책’은 “북한에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할 때는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고, 동시에 협상을 추진할 때는 매우 개방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까 언론이 왜 제각각의 해석을 내놓았는지 그 연유를 헤아릴 수 있다. 아무리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그건 ‘꿈’이 선연히 기억될 때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박근혜 의원의 대북정책엔 그 구체성이 없다. 오히려 모호성이 기조를 이루고 있을 뿐이다. 전에 발표했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와 똑같이 포괄적 당위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 실천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Posted by '토씨'


정동영과 정운찬의 ‘때 늦은’ 행보

재미있습니다. ‘경향신문’이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을 호평하면서도 경계합니다. 그가 재벌개혁과 노동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며 개혁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 개혁적 행보가 변신인지, 변화인지 선뜻 결론내리지 않습니다. 정동영 최고위원을 향해 “탁월한 순발력에 비해 신뢰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정치권 일각의 호평과 함께 또 다른 일각의 “눈앞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정략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도 함께 전합니다.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동영 최고위원의 과거 행적 때문일 겁니다. 2009년 4.29재보선 때 민주당 안팎의 반대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주에 출마한 과거 행적 때문일 겁니다. 그 때 아로새겨진 이기주의·보신주의와 지금 보이는 헌신성이 대비되기 때문일 겁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김근태 전 의원이 주도했던 개혁파에 맞서 실용파를 이끌었던 열린우리당 시절의 전력입니다. 상대적으로 사회경제 개혁에 소극적이었던 과거의 전력입니다. 그 때 채색됐던 색깔과 지금 보이는 색깔이 대비되기 때문일 겁니다.

결국 관통하는 문제는 하나입니다. 신뢰성입니다. 그가 보이는 개혁적 행보의 진정성에 대한 신뢰지수를 선뜻 결정내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허망한 상상을 해봅니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대선 실패 이후의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했을 때 곧장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면 하는 상상입니다. 전주가 아니라 현장으로 달려갔다면 하는 상상입니다. 그랬다면 t신뢰지수가 좀 더 높았을지 모릅니다.

한 사람 더 있습니다. 이렇게 상상하다 보니까 다른 한 사람이 마저 떠오릅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입니다.

정운찬 위원장이 어제 재벌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전경련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이 아니라 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공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단체로 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초과이익공유제 제기 이후 계속 되고 있는 재벌 비판 주장들입니다.

맞아떨어졌을지 모릅니다. 재벌개혁·시장개혁 문제가 내년 선거를 좌우할 주된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정운찬 위원장은 ‘아이콘’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재벌개혁과 시장개혁이라는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로 꼽혔을지 모릅니다. 그의 학계 시절 이미지와 그의 개혁론이 맞아떨어지면서 가장 촉망 받는 정치 지도자로 부상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그 누구도 그를 강력한 대선 주자로 꼽지 않습니다. 더불어 그의 개혁론도 백가쟁명의 일부 쯤으로 취급합니다.

그가 국무총리 자리를 덥썩 받지 않았다면, 그의 이미지에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가 오버랩 되지 않았다면 이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다 부질없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상상하는 게 말 그대로 허망한 짓입니다. 버스 지나간 다음에 손 흔들기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입니다. 정치는 역시 타이밍의 예술이고, 이미지의 향연인가 봅니다.


‘막판 호소’ 대상은 박근혜

‘조선일보’가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투표율에 속 타는 여당의 모습을 전하며 붙였습니다. “오세훈 시장 측과 여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에 기대로 걸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박 전 대표가 내일(23일) 본회의에 출석하면서 뭔가 얘기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전했습니다.

박근혜 의원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이 “아직 박 전 대표가 추가 입장을 내놓을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는데도 ‘조선일보’는 “그렇다고 이번 투표에서 박 전 대표가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는 친박 중진의 말을 붙였습니다.

‘조선일보’의 보도가 단순 전언보도인지, 아니면 전언에 자신들의 ‘희망’을 녹여낸 것인지 궁금하지만 아무래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절박성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박근혜 의원이 “무상급식은 지자체마다 사정과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그 사정과 형편에 맞춰서 해야 한다”고 선을 긋고, 친박계 의원들이 주민투표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의원을 향해 ‘막판 호소’를 하는 건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입니다. 이미 밝혀졌습니다. 보수층이 똘똘 뭉쳐 투표해도 33.3%의 투표율을 채우기 쉽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런데도 보수층에게나 효과가 있을 박근혜 의원의 영향력에 기대려는 건 그만큼 다급하다는 방증입니다.

두고 볼 일입니다. 간절함이 큰 만큼 원망도 큰 법이라고 했는데 만에 하나 투표율에 미달하면 오세훈 시장 측과 여권 일각, 그리고 ‘조선일보’가 박근혜 의원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두고 볼 일입니다. 
 

Posted by '토씨'


서울시만 ‘나 홀로 낙관’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이 수학 답안지를 제출했습니다.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 부재자투표 접수 결과 신고 건수가 10만 2831명으로 나온 걸 놓고는 “투표율 33.3%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본다”고 풀이했습니다. 이종현 대변인의 풀이 공식은 이런 겁니다.

“공직 선거가 아닌 정책 투표임에도 1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부재자투표 신고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안이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럼 이 답안에 대한 채점위원들의 평가는 어떨까요? 아주 박합니다. ‘경향신문’은 “이번 주민투표는 여름이라는 선거철과 선거 내용에 대해 학부모가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유권자 계층이라는 점 등에서 2008년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와 여러모로 비슷하다”고 전제한 뒤 “선거일이 평일이었던 당시 투표율은 15.4%”였다고 환기시켰습니다. 당시 부재자 신고인수 비율이 1.5%로 이번의 1.2%보다 높았다는 사실과 함께요. 한 마디로 서울시의 풀이는 ‘꿈보다 해몽’이라는 겁니다.

너무 일방적인 평일까요? ‘경향신문’이 평소 주민투표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보여 온 만큼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보고 싶은 대로’ 보고 평한 것일까요?

그럼 이건 어떨까요? 주민투표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 온 보수언론의 평입니다.

‘중앙일보’도 똑같이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과 마찬가지로 “휴일이 아닌 평일에 치러진 2008년 7월 교육감선거 때는 11만 8299명이 부재자 신고를 했지만 투표율은 15.5%에 그쳤다”고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가 ‘우려’했습니다. “서울시는 당초 15만 명가량이 부재자 신고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부재자 신고인수 비율이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오자 “서울시에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분위기가 이렇습니다. 낙관하는 곳은 서울시 한 곳 뿐입니다.


‘조선일보’ 평을 듣고 싶었는데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입장을 밝힌다기에 궁금했습니다. 그의 입에서 어떤 해결책이 나올지도 물론 궁금했지만 조남호 회장의 입장에 대한 ‘조선일보’의 평가가 더 궁금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자본주의4.0’ 시대를 열자며 대대적으로 기획을 한 신문입니다. ‘따뜻한 자본주의’를 열어야 한다며 기업의 ‘책임’을 강조한 신문입니다. 이런 신문에게 조남호 회장의 입장은 하나의 시금석과 다름없었습니다. ‘자본주의4.0’이라는 총론을 각론화할 수 있는 최적의 매개였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평가를 내릴 줄 알았습니다. 조남호 회장이 입장을 밝히기로 한 어제 1면 톱으로 예고기사까지 실었기에 당연히 평가를 내릴 줄 알았습니다. 한데 아니었습니다. 상당수 신문이 관련기사를 1면에 끌어올리고 사설까지 동원한 반면 ‘조선일보’는 12면에 후진배치했습니다. 기사 내용도 조남호 회장의 입장을 ‘드라이’하게 전달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조남호 회장이 밝힌 ‘정리해고 철회 불가’ 입장이 ‘따뜻한 기업’의 책임 범위 밖의 일인지, 조남호 회장이 밝힌 ‘경영정상화 후 희망퇴직자 복직 및 희망퇴직자 자녀 학자금 지원’ 정도면 ‘따뜻한 기업’의 책임을 다 하는 것인지 ‘조선일보’의 육성을 듣고 싶었는데 아무 말이 없네요.

'조선일보‘는 왜 입을 씻었을까요? 내일이면 들을 수 있을까요?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분명 복지 확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제 미국의 재정위기를 거론하면서 “오늘 기성세대가 편하자고 하면 10년 후 우리 젊은 세대에게 치명적”이라고 말한 것이나, “선거를 치르는 사람은 오늘이 당장 급한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제대로 가도록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나 발언의 맥락은 ‘복지 확대→재정 위기’였습니다.

그래서 달리 해석하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 예산 편성기조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의 전언을 달리 해석하지 않았습니다. 복지예산 지출을 억제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데 아니라고 합니다. 박정하 대변인이 뒤늦게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미국발 경제위기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예산을 정비하라는 것일 뿐 과도하게 해석하진 말아 달라”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기자들에게 “초짜 대변인의 미스로 이해해 달라”고 양해까지 구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한겨레’ 보도).

도대체 이건 어떤 시츄에이션인가요? 무분별한 복지 확대를 비판해 놓고 복지예산 지출 억제를 얘기한 건 아니라고 선을 긋는 이 상황은 어떤 시츄에이션인가요? 황당 시츄에이션? 아니면 허무 시츄에이션? 제가 볼 땐 줄타기 시츄에이션 같습니다만….

 

Posted by '토씨'


황우여를 오세훈으로 바꾸면
주어를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무상보육 방침을 내놨다가 ‘무상급식도 못 하겠다는 판에 웬 무상보육?’이란 핀잔을 받고 있는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대신 오세훈 서울시장을 주어로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얘기가 될 겁니다.

‘무상보육도 하겠다는 판에 무상급식에 웬 딴죽걸기?’

상황이 이렇습니다. 일생일대의 정치 도박에 나선 오세훈 시장에게 후방에서 ‘총질’을 합니다. 몇조원 들여서 무상보육 하겠다며 몇백억이 아까워 주민투표까지 강행하는 오세훈 시장의 ‘좀스런’ 면모를 부각시킵니다.

‘통 큰’ 면모가 있긴 합니다. 오세훈 시장이 어제 밝혔습니다. 하수도요금을 2014년까지 두 배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서울시내 전역의 하수관거를 확대하려면 17조원의 돈이 들어가는데 이를 위해 현재 원가대비 37% 수준인 하수도 요금을 70%까지 올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딱히 뭐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원가보다 비싸게 올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원가의 70% 수준까지만 올리겠다는 것이기에 누가 뭐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만사불여튼튼이라고 수해방지는 꼭 해야 하는 사업이지요.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겁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충격은 피부에 와닿는 충격입니다. 하수도료가 갑자기 2배로 늘면 피부 체감도는 극대화됩니다. 좋은 말이 튀어나올 리 없습니다. 그게 세상인심이지요.

자칫하다간 이 또한 악재가 될지 모릅니다. ‘디자인 서울’과 ‘하수도료 2배 인상’이 격하게 교차하면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앞둔 오세훈 시장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릅니다.


한미연합사 지도마저
이번엔 동해입니다.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시도로 거추장스런 곤욕을 치렀던 이명박 정부가 이번엔 동해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됐습니다.

미국이 최근 국제수로기구에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표기해야 한다는 서한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또한 같은 의견을 제출했다고 합니다. 간단히 말해 미국과 영국, 두 나라가 일본 편을 든 것입니다.

당장 나오는 반응이 매섭습니다. “미국은 미일동맹의 하부에 한미동맹을 넣고 있고 아직까지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지도에도 일본해로 나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우리 정부의 외교 노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한국일보)는 지적이 나옵니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국제수로기구의 해도는 둘째치고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지도에까지 일본해로 단독표기돼 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정부는 2000년 조사에서 국제적으로 2.8%만이 동해를 병기했는데 2009년 조사에선 동해 병기 비율이 28%까지 올라왔다며 제 할 일 다 하고 있다는 투로 말했지만 설득력이 약합니다. 오히려 거꾸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28%의 나라가 동해를 병기하는 판에 최대 동맹국이라는 미국이, 그것도 버젓이 대한민국 영토에 자리 잡은 한미연합사령부가 일본해로 단독표기한 지도를 사용하는 것조차 바로잡지 못하는 정부를 어떤 국민이 이해하겠습니까?


순도 100% 포퓰리즘
'조선일보'가 보도했습니다. 여야가 손을 맞잡았답니다. 국회 저축은행국정조사특위가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의 손실을 보상해주기로 했답니다. 2억원 이하 예금은 100%, 2억~3억원은 90%, 3억원 초과 예금은 80%를 보상해준다는 겁니다. 이에 소요되는 재원 2000억원은 저축은행이 분식회계를 해서 납부한 법인세와 저축은행 예금자들이 낸 이자소득세 등으로 마련하기로 했답니다.

당초 5000만원까지만 보상해주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 그 이상 예금과 후순위채권까지 모두 보상해주려다가 ‘원칙없이 국가 재정을 투입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이런 수를 생각해낸 건데요.

그래봤자 마찬가지 같습니다. 특위 관계자는 “애초 분식회계와 부실이 없었다면 은행과 에금자들이 내지 않았어도 될 세금”이라고 주장했지만 어불성설입니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그동안 숱한 분식회계로 사법처리나 행정처분을 받은 기업들 또한 법인세를 돌려받아야 합니다. 게다가 이자소득세는 분식회계나 부실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습니다. 어차피 그 돈도 정부 재정의 원천입니다.

사실 이렇게 따지는 게 무의미합니다. 세상이 다 압니다. 여야가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손실을 보상해주려는 것은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걸, 여당은 부산을 지키려 하고 야당은 부산을 공략하려 하다 보니 묘하게 입장이 일치했다는 걸 알만 한 사람은 다 압니다. 한나라당이 원칙을 고수하면 표가 추풍낙엽이 되고, 민주당이 원칙을 고수하면 부산은 여전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돼 버립니다. 표에 눈이 먼 정치권에 원칙을 따져 물어 봤자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우리는 지금 순도 100%의 포퓰리즘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토씨'


박근혜, 슬슬 몸 푼다는데
박근혜 의원이 슬슬 몸을 풀려나 봅니다. 그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이 말했답니다. “(박근혜 의원이) 상식적으로 혹은 국민들이 이해할 시점이 되면 나설 것이고, 그 시점이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요. 한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했답니다. “공부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하산할 때가 된 것 같다”고요.

박근혜 의원의 강호 출현은 이제 시간문제라는 얘기인데요. 궁금합니다. 그의 ‘절세무공’은 뭘까요? ‘한국일보’가 전했습니다. “시장경제를 중시해야 하지만 작은 정부만으로 해법을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경제관을 정립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습니다.

익히 예상했던 무공입니다. 이미 생애주기별 맞춤복지라는 걸 내놓은 박근혜 의원입니다. 이번에 강호에 나오면 총론격인 그 복지모델의 각론을 제시할 것이란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가 대선 행보를 시작해도 바로 마당발 행보를 보이는 게 아니라 국회를 중심으로 조용히 움직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점, 그리고 그가 소속된 상임위가 기획재정위라는 점을 봐도 그렇습니다. 그는 정책행보를 우선 펼칠 공산이 큽니다.

궁금합니다. 박근혜 의원이 어떤 각론을 들고나올지도 궁금하지만 그것보다 더 궁금한 건 야당의 맞행보입니다. 박근혜 의원과 함께 복지담론에 한 발 걸치고 있는 야당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 정책 대결을 펼칠 수 있을까요? 특히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까요? 손학규 대표 또한 박근혜 의원과 같은 기획재정위 소속이기에 던지는 질문입니다.


국립묘지 안장의 기준
‘국립묘지안장 대상 심의위원회’가 고민에 빠졌답니다. 지난 6월에 지병으로 숨진 안현태 전 대통령 경호실장의 국립묘지 안장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다가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심의위가 자체 논란을 벌이는 이유는 규정 때문입니다. 국가에 공헌을 했더라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사전심사를 받도록 한 규정인데요. 고 안현태 씨는 육군 소장으로 예편해 국립묘지 안장 자격이 있지만 한편으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전력도 갖고 있습니다. 전두환 씨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경호실장을 지내면서 5공 비자금 중 280억원의 조성에 깊이 관여하고 대기업으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월에 추징금 5000만원의 형이 확정돼 복역을 한 것이지요.

고 안현태 씨의 경우를 짚다 보니까 자연스레 두 사람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전두환·노태우 두 사람인데요. 두 사람 역시 군인 출신으로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들이지만 국가 변란을 일으키고,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확정돼 복역을 한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럼 이들 또한 국립묘지 안장 논란의 대상이 될까요? 그렇지가 않다고 합니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 또는 헌법재판소장의 직에 있었던 사람’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라고 하네요.


도청의혹, 수집된 건 정황증거뿐
경찰이 KBS 장모 기자의 도청을 의심할 여러 정황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평소 빈번하게 사용되던 장 기자의 휴대전화가 유독 6월 23일 민주당 최고위원 비공개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사용한 기록이 없고 △장 기자가 경찰 조사에서 “휴대전화를 어떻게 분실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으나 KBS가 경찰에 제출한 분실보고서에는 ‘택시에 놓고 내렸다’고 기재돼 있으며 △장 기자는 도청 문건이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측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은 6월 24일 “국회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국회CCTV에 장 기자의 모습이 찍혀있다는 겁니다.

이쯤되면 얼개가 대충 짜여진 건가요? 심증은 확실히 굳혀진 건가요? 한데 어쩌죠? 그래봤자 소용없을지도 모릅니다.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거든요. 경찰이 밝혀낸 건 정황증거일 뿐입니다. 행적을 의심할 간접증거는 되겠지만 도청 혐의를 확정할 직접 증거는 안 됩니다. 이 상태로는 장 기자를 기소해봤자 법원으로부터 도청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김인규 KBS 사장이 큰소리를 쳤답니다. 지난 1일 열린 공채 38기 신입사원 입사식에서 “도청을 지시한 적도 없고, 도청을 했다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 KBS 사원의 말을 나는 전적으로 신뢰한다”고요.

 

Posted by '토씨'


오세훈, 끝까지 간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끝까지 간다. 일각에서는 그가 수해로 상당한 내상을 입은 터라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 발의를 놓고 고심할 거라고 내다보지만 설득력은 없다. 오히려 반대 근거만 넘쳐난다.

조은희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선을 그었다. “주민투표 법에 따르면 주민청구에 의한 투표 발의는 권한이 아닌 의무사항”이라며 "발의 시한인 1일 선관위에 필요한 서류를 넘길 것“이라고 했다.

조은희 정무부시장의 말만 있는 게 아니다. 더 강력한 근거가 있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다. 오세훈 시장은 이 인터뷰에서 수해에 대해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많이 했는데 ‘동아일보’가 기사 작성과정에서 뺐는지 여부는 확인할 길 없지만 아무튼 신문지상만 보면 단 하나의 질문, 단 하나의 답변으로 갈음하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은 주민투표에 관한 것이다. 엄청난 수해가 발생한 뒤에 가진 인터뷰에서 발언 무게를 주민투표에 뒀다면 더 해석하고 말고 할 여지가 없다. 주민투표에 대해 “포퓰리즘 복지에 대한 민의를 물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시작했다”고까지 말을 했으니 그는 홀로, 기필코 갈 것이다.

그러니까 관심사를 돌리자. 주민투표 성립 여부와 가결 여부다.

오세훈 시장이 말했다. “(주민투표) 서명자가 80만명이다. 필체가 다르거나 주민등록번호를 표기하지 않은 서명을 걸러내도 51만명이 남는다. 1000만 서울시에서 50만명이 서명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라고 했다. 오세훈 시장의 이런 평가에 따르면 더 대단한 일이 될 것이다. 주민투표 성립요건인 투표율 33.3%, 투표참가자 288만명을 채우는 건 더 대단한 일이 될 것이다. 반면에 여건은 더 안 좋아질 것이다. 수해 뒤끝이 오래 가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만사 제쳐두고 투표 참여를 적극 ‘안내’하는 건 쉽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오세훈 시장의 최대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강남권이 수해의 직격탄을 맞았다. 18대 총선에서 60%대였던 강남권의 한나라당 지지율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50%대로 내려앉은 상황(‘한국일보’ 보도)인데 여기에 수해까지 겹쳤으니 나쁘면 나빴지 좋을 리는 전혀 없다.

어떨까? 만에 하나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에서 패배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일각에서 거론되는 것처럼 시장직을 내놓을까? 오세훈 시장은 “고민 중이다”라고만 밝혀 여운을 남겼지만 또 다른 그의 말을 힌트 삼으면 대충은 헤아릴 수 있다. 그가 말했다. “자기에 대한 평가는 자기가 가장 모른다”고, “그 사람에 대한 평가, 그 사람이 만들어온 이미지가 그 사람 자체”라고….


안철수·박경철, 그리고 엄기영
여와 야 모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경철 씨를 향해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단다.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안철수 교수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또한 “내년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부산경남인데 안철수 교수가 힘을 써주면 총선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했단다. 한나라당 핵심관계자도 “안철수·박경철 씨는 내년 총선 승패를 가를 20~40대 표심을 잡기 위해서나 영남권 물갈이를 위해 좋은 카드”라고 했고, 민주당 관계자 역시 “민주당의 중산층·영남권 공략을 위해 두 사람은 놓칠 수 없는 카드”라고 했단다.

여야의 세레나데는 간절하지만 성혼 가능성은 일단 크지 않아 보인다. 안철수 교수는 “나는 정치인 체질이 아니다”는 말과 함께 손사래를 쳤고, 박경철 씨 역시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니까. 하지만 모르는 일이다. 자신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한사코 손사래를 치다가 마지막에 가서 기존 정치권과 손잡은 경우도 없진 않으니까 끝까지 가 볼 일이다.

끝까지 가보기가 뭐한가? 그렇다면 중간에 잠정진단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기존 정치권의 구애 이유를 살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두 사람의 ‘매력 포인트’를 점검하는 것이다. 이 걸 살피면 기존 정치권의 현실, 그리고 연심의 진정성과 지속성, 나아가 두 사람의 출마 ‘현실성’을 살필 수 있다. 

여야가 꼽는 두 사람의 첫 번째 매력 포인트는 20~40대 중산층에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양심적) 합리주의자 면모가 중산층 정서와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일리가 있다. 정당 지지도 조사결과를 보면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 부동층이 30~40%에 달하고, 그 중핵이 중산층이며, 중산층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을 갖고 있다고 하니까 두 사람의 면모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바꿔 말하면 기존 정치권은 낡은 이미지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두 사람의 두 번째 매력 포인트는 영남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고향이 각각 부산과 안동인 두 사람을 내세우면 영남권에서 물갈이를 하거나 분위기를 띄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이 또한 일리가 있다. 문재인 이사장이 ‘총선 분위기’를 언급한 것은 두 사람을 통해 요동치는 부산경남 민심에 불을 지르겠다는 뜻이고, 한나라당이 ‘물갈이’를 언급한 것은 요동치는 부산경남 민심을 붙잡으려면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뜻이니까 영남권의 형세는 말 그대로 격변 그 자체로 봐도 될 듯하다.

이렇게 보면 정치권의 현실은 ‘절실’하고, 연심은 ‘절절’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연심의 지속성, 그리고 두 사람의 출마 ‘현실성’은 알 길이 없다.

여야 공히 두 사람을 간절히 원하는 데에는 이들의 대중적 지명도가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하는데 이게 가변적이다. 대표 사례가 있다. 엄기영 전 MBC사장의 경우다. 대중적 지명도로만 놓고 보면 안철수·박경철 씨보다 한 급 위였던 사람이 엄기영 전 사장이다. 그런데도 그는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졌다. 그의 높은 대중적 지명도는 한나라당(나아가 기존 정당)과 만나는 순간 반감됐다.

재연될지도 모른다. 엄기영의 경우가 두 사람에게서 재연될 수도 있다. 기존 정당의 영남권 후보로 등장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바람잡이' 역할까지 맡는다고 가정할 경우에 그렇다. 두 사람의 합리주의자 면모는 기존 정당의 이미지에 갇히고, 두 사람의 대중적 지명도는 기존 정당의 지지세로 한정되기 십상이다. 개개인의 국회의원 당선 여부는 몰라도 플러스알파 요인은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의 경쟁력은 비정치권·제3지대에 있음으로 해서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이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