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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의 기사 한 구절이 눈길을 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건평 씨의 첫째사위 연모 씨에게 전달한 500만 달러와 관련한 내용이다. 이렇게 돼 있다.

“박연차 회장은 지난해 12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뭘 뜻하는지는 분명하다. 이 구절에 따르면 연모 씨는 ‘경유지’에 불과하며, 500만 달러의 실수령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된다.

믿을 만한 보도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잠시 미뤄두자. ‘노무현’ 이름 석 자보다 더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다. 이것부터 살피자.

시점이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12월”이라고 했다. 박연차 회장이 검찰이 신문하기도 전에 먼저 ‘실수령자=노무현’이라고 진술한 시점이 “지난해 12월”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이면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회장을 구속기소하던 때다. 그 날짜가 바로 12월 22일이다. 이 시점을 전후해 박연차 회장 입에서 ‘실수령자=노무현’이란 말이 튀어나왔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싹튼다.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회장을 구속기소할 때 이 같은 내용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돈 준 사람이 자진해서 입을 열었는데도 왜 묻어둔 것일까? 그렇게 묻어뒀던 사안을 왜 이제 와서 다시 꺼내드는 것일까?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 박연차 회장을 수사하는 대검 중수부는 지난해 12월의 대검 중수부가 아니다. 지난 2월 9일 새로 교체된 수사팀이다.

이 점을 중시하면 상식적인 차원에서의 추론이 가능하다. 두 갈래다.

하나. 지난해 대검 중수부는 묻어뒀다. 폭발력이 워낙 큰 사안이기에 노건평 씨 개인 비리를 단죄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부분은 불문에 붙였다. 하지만 새로 구성된 대검 중수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때의 파일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강도 높게 수사를 벌이고 있다.

둘. 지난해 대검 중수부가 사안을 덮으려 한 게 아니다. 워낙 폭발력이 큰 건, 조심조심 치밀하게 수사해야 했기에 일단 노건평 씨 개인 비리만 단죄하고 수사 시간을 벌려고 한 것이다. 2월 9일 대검 중수부가 교체된 것도 이같이 점을 고려해 수사력 강화 차원에서 내려진 조치다.

일단 이렇게 추론해 놓고 나머지 사실을 마저 살피자. 역시 시점이다. 지난해 11월이다.

보도가 이미 나왔다. ‘조선일보’가 지난 25일 국세청의 박연차 세무조사 결과보고서에 박연차 회장 비자금 50억원의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일 가능성이 언급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보도한 것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1월에 이같은 내용의 세무조사 결과를 국세청장으로부터 직보 받았다고 보도했다.

재구성도 가능하다. 국세청의 박연차 세무조사 결과를 직보 받을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의 관심은 지대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자르지 못했을 것이다. 박연차 회장의 ‘실수령자=노무현’이란 진술을 대검 중수부 차원에서 접수하고 상부로 보고하지 않는 ‘과감성’을 보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쳐 ‘노무현’ 이름 석 자를 들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대검 중수부 수사 전, 그리고 수사 후에 각각 국세청과 대검 중수부를 통해 ‘노무현’ 이름 석 자와 500만 달러라는 금액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짙다.

쉽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실제 상황이 이랬다면 지난해 12월의 대검 중수부가 사안을 덮기는 쉽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대검 중수부가 독단으로 ‘실수령자=노무현’이란 사실을 덮었다기보다는 피치못할 사정, 즉 ‘노건평 사위 연모 씨’와 ‘노무현’의 연결고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뒤로 물린 것이라고 봐야 한다. 2월 9일 대검 중수부가 개편된 이유도 바로 이런 사정을 감안해 수사력 강화 차원에서 내려진 조치로 이해해야 한다.

자, 이제 종합할 때가 됐다.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가 나온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넉 달 동안 대검 중수부는, 그리고 청와대는 500만 달러, 50억원의 실소유주를 밝히기 위해 천천히, 그러면서도 아주 치밀하게 수사를 진행했고 조율했다. 그런 흔적이 짙게 남아있다(‘조선일보’는 오늘 대검 중수부와 청와대의 ‘합작설’을 보도했다).

왜였을까? 노건평 씨 사위를 잡기 위해서였을까? 단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를 재삼재사 부각시키기 위해 이렇게 공을 들였을까? 이미 ‘동네북’이 된 노건평 씨를 ‘부관참시’하기 위해 이렇게 뜸을 들였을까?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라고 봐야 한다. ‘월척’을 낚기 위해 더 튼튼한 낚시대를 준비하고 날밤을 지새운 것으로 봐야 한다. 이 모든 추론의 시발점, 즉 ‘동아일보’의 ‘박연차 진술’이 사실이라면 그렇다.

근데 웬일일까? 신문지면엔 "노 전대통령에 주려고 건넸다"로 달렸던 제목이 인터넷판에서 "노 전 대통령 인척에게 줬다"로 바뀌었다. 핵심 중의 핵심이 밋밋하게 바뀐 것이다. 이건 또 뭘 뜻하는 건가? 의아하지만 그냥 가자. 기사 본문은 바뀌지 않았으니까.



▲사진=‘동아일보’ 신문지면(위)과 인터넷판(아래)


Posted by '토씨'

이재오는 여권의 2인자인가? 그럼 이상득은? 그는 이재오 뒤에 서는 3인자에 불과한가?

이재오는 제 맘대로 정치 보폭을 정할 수 있나? 그럼 MB는? 그는 이재오에게 백지 위임장을 써준 건가?

놓치지 말자. 이재오 전 의원의 입에 귀를 대고 이재오 전 의원의 스텝에 눈길을 주는 것만이 그의 정치 보폭을 재는 방법이 아니다. 이 문제까지 마저 살펴야 한다.

두 문제에 대한 일반론적인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이재오 전 의원은 여권의 2인자가 아니다. 명실상부한 2인자는 이상득 의원이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재오 전 의원과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수도권 출마자들이 이상득 불출마를 떼로 촉구했다가 무위에 그친 일이 있다. 그 뒤 이재오 전 의원은 쫓기듯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이상득 의원은 ‘만사형통’이란 신조어의 주인공이 됐다.

이재오 전 의원의 정치 보폭을 규정하는 사람은 MB다. MB가 레임덕에 빠지지 않는 한 이는 부동의 진실이다. 호감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MB가 이재오 전 의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결정적인 변수가 아니다. 중요한 건 MB의 한나라당 관리전략이고 차출전략이다. 그것에 따라 이재오 전 의원의 쓰임새가 달라진다.


부족하다. 이런 일반론만으로는 이재오 전 의원의 앞날을 완벽하게 점칠 수가 없다. 한나라당이 ‘어제’와는 다른 ‘내일’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뒤지고 있다. ‘박연차 리스트’를 수사하면서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도 칼을 들이대고 있다.

기다려야 한다. 한나라당의 ‘내일’, 그리고 그 ‘내일’에 스며들 MB의 당 관리전략을 알려면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한나라당 의원들 중 누가 ‘거세’되는지를 알 수 있고, 이명박계 대 박근혜계의 힘의 관계가 어떻게 조정되는지를 살필 수 있고, 이재오 전 의원의 쓰임새를 전망할 수 있다.

일단 이렇게 단서를 단 다음에 경우의 수를 살피자.

이상득 의원이 힘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단지 MB의 형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근혜계와 공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던 MB의 취약한 정치기반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바로 이런 사정이 이상득 의원에게 중재자 또는 관리자의 역할을 부여했고, 이재오 전 의원의 ‘파이터’ 기질을 견제했다.

달라진다. 만에 하나 MB가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매개로 여권의 판을 새로 짜려한다면, 다시 말해 박근혜계에 대한 공세에 나선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중재자’ 이상득 의원의 역할은 줄어들고 ‘파이터’ 이재오 전 의원의 역할은 커진다.

동기는 있다. 마냥 박근혜계를 방치하면 어느 순간 무너진다. 내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박근혜계가 독자생존, 그리고 MB와의 차별화에 나서면 한나라당에 대한 통제력은 반감된다. MB입장에선 이런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단속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예단은 하지 말자. 이재오 전 의원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전망은 아직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이런 전망이 완성되려면 나머지 요인을 마저 살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반응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정면반발하는지, 아니면 일단 복지부동하는지에 따라 이재오 전 의원의 쓰임새는 또 다시 달라진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일단 복지부동한다면 굳이 이재오 전 의원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없다. 대등관계에서 종속관계로 박근혜계의 위상을 격하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굳이 퇴로를 막으면서까지 박근혜계의 극심한 반발을 유도할 필요가 없다. 이명박계가 당내 세력기반을 확고히 다지기만 한다면 오히려 이상득 의원을 통해 수직적 공생을 위한 어르기에 나서는 게 생산적이다.

믿을 만한 구석도 있다. 다른 사안이 아니라 비리 사안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자기 계파 의원들이 ‘검은 돈’을 받은 것에 대해서까지 계파 논리를 앞세워 변호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모른다. 순리와 상식보다 우선하는 게 있다. 바로 생존논리다. 박근혜 전 대표가 수수방관하면 계파의 생존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복지부동이 아니라 분기탱천 모드를 장착할지 모른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의 편파성을 제기하면서, 그리고 수사 배면의 정치성을 비난하면서 전면전을 불사할지 모른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정면반발한다면, MB 공세를 그대로 놔뒀다간 계파의 존속이 어렵다고 판단해 전면전을 불사한다면 ‘파이터’ 이재오 전 의원의 투입은 기정사실이 된다. 공존상태가 깨지고 생존게임이 전면화 되는 것이기에 MB를 대리해 독전을 할 사람이 절실해진다.

이재오 전 의원이 그랬다. ‘당분간’ 현실 정치는 현역 의원들에게 맡긴다고 했다. 이 말이 맞다. ‘당분간’이다. 이재오 전 의원이 정치적 역할을 하려면, 아니 이재오 전 의원에게 정치적 역할을 맡기려면 ‘당분간’ 기다려야 한다.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끝날 때까지 말이다.

▲사진=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 ⓒ이재오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방관

“어떻게 보세요?”
“길게 봐야 하지 않을까요? 언론과 싸워 이기는 정권을 보지 못했으니까요.”
“그건 언론이 똘똘 뭉쳐 싸울 때의 이야기 아닌가요? 지금은 상황이 전혀 그렇지 않은데….”

어제 술자리에서 만난 한 기자는 최근의 언론상황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겪었던 일을 털어놓더군요.

성명서를 채택하려고 했답니다. 자기 출입처 기자들의 서명을 받아 노종면 YTN노조위원장 구속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려고 했답니다. 하지만 무산됐다고 합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자기 회사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성명서 발표 타이밍을 놓쳤다는 이유로 상당수 기자들이 성명서 채택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일선기자들의 이런 정서는 지면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대다수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습니다. 노종면 위원장의 구속 사실을 단신으로, 그것도 사건기사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언론 탄압에 공동대응해야 할 언론이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는 겁니다.

내전

일부 언론이 성토했습니다. ‘PD수첩’이 의도적인 오역과 과장으로 광우병의 위험성을 부풀려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고 이것이 결국 촛불시위로 이어졌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PD수첩’ 제작진을 사법처리하라고 촉구했고 수사가 왜 지지부진하냐고 다그쳤습니다. ‘PD수첩’ 보도는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의 소신이 공개되자 그의 이력까지 들추며 공격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주단을 깔았습니다. 이춘근 PD를 체포하고 제작진 6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초강경 수사가 거침없이 전개되도록 길을 다졌습니다.

언론 자유를 합창해야 할 언론이 언론 탄압을 선도한 겁니다.

자박

언론이 이념과 정파에 따라 갈가리 찢겨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언론이 첨병이 돼 세력 대리전에 나서고 있는 점도 인정합니다. 언론계에도 진영간 대결논리가 횡행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인정합니다.

언론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극심한 경영난에 생존논리가 득세하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습니다. 진영간 대결에 괜히 한 발 걸쳤다가 정권 눈 밖에 나 장사까지 망치는 걸 경계하고 있다는 점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합니다. 아무리 지지고 볶더라도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덕목이 있습니다. 일관성과 보편성입니다.

‘PD수첩’을 공격한 일부 언론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들여다보고자 했던 건 ‘PD수첩’의 정치적 의도입니다. 의도적으로 오역해, 의도적으로 국민 공분을 야기하고, 의도적으로 이명박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으려 했던 정치적 음모입니다. 그렇다고 칩시다. 그럼 왜 YTN의 정치사장에 대해선 침묵하는 건가요? 이명박 캠프 방송 특보가 버젓이 낙하산 타고 내려왔는데 왜 성토하지 않는 건가요? 공정해야 할 방송 프로그램에 정치적 의도를 담은 제작진은 처벌받아 마땅하다는 논리를 펼쳤으면, 공정해야할 방송사에 정치낙하산이 강림하는 걸 온몸으로 막으려다 처벌받은 노조위원장을 변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례가 잘못 잡히면 광풍을 불러올지 모릅니다.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재판)한다는 통례가 무너지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방법으로 구속이 애용될지 모릅니다. ‘정치적 의도’란 객관적 검증이 불가능한 사유를 들어 사법처리가 이뤄지면 힘 있는 자들의 언론 덧씌우기가 횡행할지 모릅니다. 정치 낙하산 강림을 방조하면 언론계가 고르게 다져진 낙하장이 될지 모릅니다.

결과는 자박입니다. 한 푼짜리도 되지 않는 진영논리와 생존논리를 앞세우면 내부를 교란하고 외침의 길을 열어줍니다. 제 스스로 결박하고 제 스스로 궁지로 내몹니다.

Posted by '토씨'

할 말이 태산 같지만 건너뛰련다. 사법기관의 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련다. 이춘근 ‘PD수첩’ PD를 체포하고 노종면 YTN노조위원장을 구속한 검찰과 경찰의 조치를 그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법치의 구현으로 전제하련다.

검찰과 경찰이 강변했다.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춘근 PD는 검찰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노종면 위원장도 경찰이 우편으로 보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PD수첩’ 제작진의 경우 출석에 불응하는 것은 물론 취재자료 원본 제출까지 거부해 압수수색이나 강제구인도 검토한다고 했다.

꼭 이만큼만 하기 바란다. ‘장자연 리스트’에 올랐다는 언론사 대표에 대해서도 꼭 이만큼만 수사하기 바란다.

사법기관이 강조하는 ‘법치’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강제수사는 불가피하다. 도주는 몰라도 증거인멸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이 보도했다. 장 씨 유족에 의해 고소된 일간지 대표가 자사 기자들에게 “전혀 사실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단다. ‘한겨레’가 보도했다. ‘장자연 리스트’에 대표의 이름이 오른 신문사 간부가 “지난 9일 밤 ‘노컷뉴스’ 취재진 2명이 전 매니저 유 씨를 직접 만나 문건내용을 확인하는 자리에…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종합하면 이렇다. 한편으론 사실관계를 부인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개인 차원을 넘어 언론사가 이렇게 대응하고 있다.

이것처럼 유력한 정황은 없다. 증거인멸 또는 수사방해의 소지를 의심하는 데 이것처럼 유력한 정황은 없다.

강제수사 여부를 결정하는 데 혐의내용은 주요변수가 되지 않는다. ‘PD수첩’이나 YTN노조, 그리고 ‘장자연 리스트’는 혐의 농도면에서나 사법처리 절차 면에서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세 건 모두 형사고소로 시작됐다. 'PD수첩‘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하면서, YTN노조는 사측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장자연 리스트‘ 또한 유족이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다를 바가 없다. 아직까지는 고소인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혐의에 불과하다. 더구나 ’PD수첩‘의 경우 1차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의 임수빈 전 부장검사가 사법처리 불가 입장을 피력한 일까지 있다.

다른 게 하나 있긴 하다. 혐의의 질이 다르다. ‘PD수첩’과 YTN노조가 언론자유와 연관된 문제라면 ‘장자연 리스트’는 인권유린과 연결된 문제다. 전자가 ‘확신범’ 범주에서 조망될 수 있다면 후자는 ‘파렴치범’ 차원에서 조사될 문제다.

명약관화하다. 더 세면 셌지 덜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게 ‘장자연 리스트’ 수사다.

▲사진=고 장자연 씨(위)와 노종면 YTN노조위원장 ⓒKBS&YTN노조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전망했다. “박연차 수사의 마지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뭔가 대단한 정보를 손에 쥔 채 한 자락을 펼친 발언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천기누설급의 귀띔도 신통방통한 예언도 아니다.

이미 나왔다. ‘동아일보’가 지난 19일 보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50억원을 받은 정황을 대검 중수부가 잡았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오늘 또 나왔다. 국세청의 박연차 세무조사 결과 보고서에 비자금 50억원의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일 가능성이 언급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분명해 보인다. 여기저기서 거론하는 걸 보니 검찰의 최종 수사목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해도 된다. 검찰이 야권 인사를 사법처리하기에 앞서 ‘MB맨’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부터 구속시킨 배경을 헤아릴 만하다. 여권은 살을 주고 뼈를 도려내려 한다. 저위험 고수익을 기대하며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어떨까? 여권의 이런 계산이 실제로 호주머니를 불려줄 수 있을까?

그러려면 확정해야 한다. 박연차 회장의 비자금 50억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사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동아일보’는 ‘정황’이라고 했고, ‘조선일보’는 국세청이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일 ‘가능성’만 언급했다고 했다.

행여 사실 확인 과정에서 삐끗하면, 다시 말해 비자금 50억원의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닌 것으로 확정되면 판은 달라진다. 저위험 고수익 모델이 고위험 저수익 모델로 뒤바뀐다. 비리 단죄 명분이 쇠하고 정치 보복 비난이 성하게 된다.

행여 검찰이 실소유주를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확정한다고 해도 고수익 실현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투자 타이밍을 놓친 게 뼈아프다.

할 거라면 일찍 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정권이 갓 출범했을 때, 그래서 단죄하는 쪽과 단죄당하는 쪽의 신구 명암이 극명하게 교차될 때 사정의 칼날을 뽑았어야 했다. 그래야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논란을 봉쇄하면서, 수비에 신경 쓰지 않고 전원 공격대형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놓쳤다. 촛불시위 때문이든 사정기관 장악 지연 때문이든 아무튼 적기를 놓치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에 고착돼 있고, ‘MB맨’ 역시 비리 사슬의 한 고리에 놓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래갖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구정권의 비리를 드러냄으로써 신정권의 개혁을 부각하는 정치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기껏해야 ‘누가누가 덜 더럽나’의 네거티브 게임이 전개될 뿐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논란이 추부길 전 비서관 선에서 그치면, 그리고 이종찬 전 민정수석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대표 선에서 머물면, 아울러 비자금 50억원의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확정되면 고수익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정치적 이익은 챙길 수 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전주덕진 출마 선언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민주당에 유효타 정도는 날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미 제기되고 있는 의혹, 즉 박연차 로비에 연루된 ‘MB맨’에 막강실세가 끼어있다면 어떻게 될까? 답할 필요가 없다. 죽은 권력보다 산 권력에 더욱 민감한 게 국민정서이고 국민여론이다.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박연차 세무조사를 주도해 ‘비자금 수혜자’의 면면을 꿰뚫고 있는 사람, 박연차 로비의 최종대상으로 ‘로비스트’의 면면을 잘 알 법한 사람, 바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느닷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검찰은 그런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 뿐인가. 올해 초 한상률 전 청장에 대한 ‘그림 로비’ 의혹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는데도 청와대는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고 검찰은 수사하지 않았다.

의혹이 증폭될 빌미를 스스로 만드는 바람에 투자전략이 꼬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 공식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

Posted by '토씨'

세상사 이치는 바뀌지 않았다. 역시 돈이 최고다.

노무현 정부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 정부가 어떤 정부인가? 도덕성을 제일의 가치로 삼았던 정부다. 그런 정부의 사람들이 돈을 받았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억’을 받았다.

냉소가 절로 나오게 하는 풍경이다. 돈 앞에 장사 없고 뇌물 앞에 지조 없다는 잿빛 격언을 다시금 확인시키는 모습이다.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박연차 회장은 ‘친노’니까, ‘같은 편’이니까 대가성 없이 팍팍 후원해준 것이라고 생각한 걸까? 어불성설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자나깨나 단속을 당하는 대통령 친인척이 삼척동자도 다 아는 금기를 몰랐다는 건 소가 콧방귀 뀔 일이다. 백번 봐도 이해할 여지는 없다. 입이 열 개 아니 백 개라도 노무현 정부 사람들은 할 말이 없다.

근데 웬일인가? 노무현 정부 사람들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사람들도 다를 바가 없다.

이명박 정부가 어떤 정부인가? 노무현 정부 5년을 ‘잃어버린 세월’로 규정하면서 그 흔적에 걸레질을 하는 정부다. 이런 정부의 사람들도 돈을 받았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억’을 받았다

실소가 절로 나온다. 국세청이 나서 세무조사를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간 크게 돈을 받았다. 국세청이 세무조사 진행상황을 극비에 붙이고 세무조사 결과를 이명박 대통령에 직보를 할 정도로 벼르고 있었는데도 돈을 받았다. ‘노무현 걸레질’에 방해가 될지도 모를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뒷주머니에 현금을 우겨넣었다.

분명하다. 돈에 여야는 없다. 정치노선의 대립도 없고 정파의 치열한 싸움도 없다.

새삼스런 사실이 아니다. 여러 번 목도했다. 차떼기가 횡행하던 시절에도 이랬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여야 대선 후보에게 돈을 갖다 바쳤다. 여야에 따라 액수 차이는 뒀을망정 어느 한쪽을 외면한 적은 없다.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돈의 작동원리는 여전히 건재하다. ‘박연차 리스트’는 이 사실을 똑똑하게 보여준다. ‘정파성’조차 건너뛸 정도로 돈의 위력이 대단함을 다시한번 확인해준다.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정치풍토가 깨끗해졌다고 주장하지만 달라진 건 목소리 톤뿐이다. 후미진 골목에서 돈이 오가는 행태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돈은 모든 걸 복속시킨다.

Posted by '토씨'

언론의 목소리가 일치한다. 논조차를 떠나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는 “실패한 로비”였고, 그에게서 로비를 받은 이명박 정부 사람들의 행위는 “개인 비리”였다는 검찰의 설명에 의문부호를 단다.

로비 주체의 됨됨이와 로비 대상의 면면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한다. “청와대와 권력 생리에 훤한” 박연차 회장이 지난해 6월 청와대를 떠난 추부길 전 홍보기획비서관이나 이종찬 전 민정수석에게만 매달렸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로비의 목적이 세무조사 무마와 검찰고발 방지였던 점에 비춰볼 때, 그리고 세무조사 돌입시점이 지난해 7월 31일이었던 점에 비춰볼 때 ‘끈 떨어진 사람’에게 매달릴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을 근거로 언론은 ‘배후’ 가능성을 제기한다. ‘조선일보’는 “로비의 최종 대상인물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하고, ‘한겨레’는 한 발 더 나아가 “추부길 전 비서관이 15-17대 총선에서…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선거캠프에 몸담은 점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의문 제기다. 권력의 생리를 잘 모르는 사람도 능히 제기할 만한 문제다.

근데 이상하다. ‘조선일보’의 기사 한 구절이 전혀 다른 문제를 던진다.

“국세청은 작년 11월 박연차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건너뛰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했다”며 “박연차 회장과 연결된 누군가의 ‘입김’을 의식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번 수사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시점에 주목하자. 지난해 11월이면 검찰이 박연차 회장과 ‘친노’ 비리에 수사력을 집중하던 때다. 이 때 국세청은,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정상경로를 건너뛰어 직보하고 그런 이상행동을 용인할 정도로 “누군가의 입김”을 의식했다.

분명하다. 이 “누군가”가 추부길 전 비서관이나 이종찬 전 민정수석은 아니다. 지난해 11월이면 두 사람 모두 청와대를 떠난 지 다섯 달이 지난 후다.

알았다고 봐야 한다. 최소한 어슴푸레하게라도 ‘배후’에 숨어있는 ‘실세’가 누구인지 국세청과 이명박 대통령, 나아가 검찰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봐야만 정상경로를 뛰어넘어 대통령에 직보한 국세청의 ‘월권’이 용인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사정이 이랬는데도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박연차 회장을 구속하면서 1차 수사결과를 내놓았을 때는 이명박 정부 사람이 연루된 로비는 혐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했다면, 성역을 가리지 않고 비리의 뿌리를 도려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였다.

물론 한 가지 경우의 수는 남아있다. 수사기법 상 어쩔 수 없었을 가능성이다. 박연차 회장의 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사건의 성격상 수사가 어려워 1차와 2차로 나눠 수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는 시간차를 둘 뿐 일관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성립되지 않는다. 다른 정황이 강력히 이의를 제기한다.

검찰은 멍하니 지켜봤다. 로비의 진실을 밝히는 데 핵심적인 진술을 해야 할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미국으로 떠나는 걸 수수방관했다. 지난 15일, 그러니까 검찰이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 박차를 가하던 그 시점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출국수속을 밟았는데도 막지 않았다. 어찌보면 박연차 회장보다 더 먼저 불렀어야 할 사람을 놓친 것이다.

바로 여기서 막힌다. 이명박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검찰에 제대로 전달된 건지, 검찰은 확고한 의지로 수사에 임하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수 없다. 정반대의 경우 또한 의문이다. 검찰이 '노무현 정부'를 솎아내면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추부길 전 비서관 정도로 '퉁치는', 꼬리자르기식 수사를 하는 거라면 일부러 수사를 확대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의혹을 키울 까닭이 없다. 어차피 권력 비리는 '죽은 권력'보다 '산 권력'의 그것에 더 큰 호기심과 비핀이 보내지는 법 아닌가.

도대체 뭔가? 1차 수사와 2차 수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검찰이 내놓는 파편적인 수사결과보다 더 궁금하고 더 중요한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사진=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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