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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100㎢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이 드넓은 녹색지대를 풀기로 했다. 아파트를 짓기 위해 서울을 감싸고 있는 그린벨트 100㎢를 풀기로 했다.

자그마치 4만ha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땅이 여의도의 140배에 달한다. 이 땅을 돌리기로 했다. 72%의 땅을 농업용지로 쓰겠다는 애초 계획을 뒤집고 30%만 농업용지로 쓰기로 했다. 나머지 땅은 산업·관광·유보용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 달 만의 급변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저탄소·녹색성장을 이른바 ‘신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지 불과 20일 만에 새만금이 녹색 식량기지에서 잿빛 산업기지로 ‘용도변경’ 됐고, 불과 35일 만에 개발제한구역이 개발구역으로 뒤집어지게 됐다. 불과 한 달 만에 녹색성장 구호가 스러지고 잿빛개발 계획이 용트림하고 있는 것이다.


어안이 벙벙한 건 조변석개 행태 때문만이 아니다. 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실용의 관점에서 봐도 어안이 벙벙하다.

이명박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짓겠다고 발표한 어제 또 하나의 발표가 나왔다. ‘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이다. 2012년까지 태양전지, 풍력발전 등 녹색성장 핵심기술 연구개발에 5조원을 투입한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말했다. 지난 4월 “해외 식량기지 확보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국제원자재 가격 폭등과 대북 식량지원 등을 거론하면서 연해주나 동남아 등지에서 농지를 장기임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도대체 뭐하는가 싶다. 서울의 허파에 시멘트 칠을 하는 판에 굳이 5조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집 앞의 논밭을 팽개치면서까지 임차료를 주면서 남의 땅을 지어야 하는 이유가 뭐일까 싶다.

단순논리라는 것을 몰라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그린벨트와 공장의 탄소 저감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기후와 수요에 따라 재배작물과 재배지역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몰라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이런 곡절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거듭 말한다. 어리석고 무모하다.

저탄소·녹색성장의 기본은 생존환경 문제다. 기후변화가 몰고 올 재앙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잿빛요소를 최대한 줄이자는 게 근본취지다. 따라서 저탄소·녹색성장을 실현하려면 ‘기본’을 더욱 튼실히 하는 토대 위에서 ‘추가대책’을 강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이 원리를 무시하고 있다. ‘기본’을 도외시하면서 ‘추가대책’에 ‘몰빵’하고 있다. 이미 확보한 ‘녹색지대’를 허물면서 녹색성장을 운위하고 있다.


해제되는 그린벨트 100㎢는 이미 그린벨트로서의 용도를 상실한, 무늬만 그린벨트인 지역이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녹색 산소를 내뿜는 건 잘 조성된 숲만이 아니다. 벼도 산소를 내뿜고 잡풀도 산소를 내뿜는다. 정부가 지목한 ‘무늬만 그린벨트’인 지역에서도 이런 녹색 식물이 대부분의 면적을 점하고 있다.

백 번 양보해 ‘무늬만 그린벨트’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우려를 씻어낼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현실론을 앞세운 개발정책이 또 다른 그린벨트 훼손을 야기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무늬만 그린벨트’가 양산된 원인이 개발기대감에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 한 이명박 정부의 ‘그린벨트 아파트’는 또 다른 지역에서 숲을 베어내고 논둑을 시멘트 길로 바꾸는 행위를 촉매할 것이란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겠다고 공언하지만 난망하다. 지리적 여건이나 배후 인프라 면에서 새만금을 능가하는 송도국제도시조차 입주기관 유치에 애를 먹고 있는 형편이다.

새만금 마스터플랜은 아직 구호 수준, 보라색 빛을 벗어나지 못하는 청사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버린다. 장밋빛 환상과 개발 효과에 눈이 멀어 거대한 식량기지, 광활한 산소공급기지를 버리려고 한다. 녹색성장 패러다임이 농업 발전의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를 허물어 버린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가 먼저 결단하고 행동에 나선다면 녹색성장을 이끌고 새로운 문명을 주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 말은 실현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결단했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 단지 녹색성장이 아니라 잿빛개발이란 차이, 새로운 문명이 아니라 케케묵은 패러다임이란 차이가 있지만….

▲사진=그린벨트 지역에 세워진 건축업체 광고판(위)과 보리가 자라고 있는 새만금 간척지(아래)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