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인가요? 얼마 전인가요? 아무튼 이 말이 유행이었습니다.
“나는 찍지 않았‘읍’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풍자한 유행어입니다. 뉴스 댓글에서 시작해 티셔츠로까지 제작된 이명박 정부 제1호 풍자 유행어가 아닐까 싶네요.
이런 말도 있답니다.
‘밥 묵자.“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아버지에게 자식이 묻습니다.
“아버지는 누굴 찍으셨어요?”
이에 대한 대답이 “밥 묵자”라고 합니다.
2.
두 유행어에 공통되게 스며있는 정서는 회한입니다.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데 대한 후회입니다.
물론 단정할 일은 아닙니다. 출범한 지 백일도 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지, 그에 따라 국민 평가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나는 찍지 않았‘읍’니다”가 “나는 찍었습니다”로 바뀔 수도 있는 일입니다.
제한하렵니다. 딱 하나만 운위하렵니다. 과거와 현재의 간극입니다. 대선을 경계선으로 해서 갈리는 과거와 현재의 국민 마음에 너무 큰 도랑이 파였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반성해야 하고, 국민이 살펴야 하는 게 바로 이 간극입니다. 끊임없이 ‘왜?’를 물어야 합니다.
변신은 무죄입니다. ‘왜?’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린 사람의 변신은 무죄입니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스스로 판단을 내려 호불호를 정했다면 호와 불호의 시제가 달라진다고 해서 문제될 게 없습니다.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이 비판 대열에 합류하는 것도, 거꾸로 이명박 후보를 경원시했던 사람이 지지로 돌아서는 것도 모두 정당성을 갖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이건 공론화 거리가 되지 못합니다.
<조선일보>가 제기했더군요. 가수 김장훈 씨가 지난 17일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한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더군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장에서 축하 공연을 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생각이야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 보기
<조선일보>는 몰아가지 않았습니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양쪽의 의견을 균형 되게 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언론의 본분을 다한 것 같습니다.
근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언론의 본분 가운데 하나는 취사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뉴스와 그렇지 못한 뉴스를 가려야 하고, 공론에 붙일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이 점을 놓고 볼 때 <조선일보>의 잣대는 참 무딥니다. 공론거리를 가르는 체에 구멍이 나 있습니다.
평가를 너무 몰아가는 걸까요? 그럼 이 점은 어떨까요? <조선일보>의 공론화엔 고차원적인 판단이 깔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상징성과 파급력이 큰 연예인의 촛불집회 참석을 제어하기 위해 본보기를 고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잣대가 무딘 것이든 아니면 고차원적인 전략이 깔린 것이든 그게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어차피 속을 헤집어 볼 수 없는 일이니까 결론은 쉬 낼 수 없겠죠. 단면만 짚으렵니다.
가수 김장훈 씨도 국민입니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건강을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향유하는 주체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또한 숙고 끝에 정치적 선택을 달리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유권자입니다.
그의 변신이 정히 그렇게 문제라면 범위를 확대해야 합니다. 48%를 상회했던 대선 득표율이 반토막이 난 이유를 집중해서 살펴야 합니다. 제2, 제3의, 아니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국민이 왜 이제와 “나는 찍지 않았‘읍’니다”를 읊조리는지 그 이유를 좀 더 집중해서 캐야 합니다.
4.
한 가지 따로 살필 점이 있긴 합니다. 이 논의의 전제입니다. 가수 김장훈 씨의 변신이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그의 변신이 정치적 숙고의 결과가 아니라 흥행을 염두에 둔 마케팅의 일환일 개연성을 살펴야 할 겁니다.
알 수 없습니다. 이런 혐의를 두기 시작하면 촛불집회에 나온 모든 연예인을 시험대 위에 세워야 합니다. 설령 그들을 모두 세운다 해도 확정할 길이 없습니다. 무엇이 진실인지를 가려낼 방법이 없습니다.
어차피 가려낼 것이 아니라면 굳이 정론지를 자처하는 <조선일보>가 다룰 문제일까요? 오히려 스포츠·연예지에서 다루는 게 더 적합하지 않을까요?
▲사진 위=<나는 찍지않았‘읍’니다> 티셔츠 그림
사진 아래=촛불집회에 참여한 김장훈 씨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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