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를 끌끌 차고 있을 일만은 아니다. 국민 상당수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에 직면해 건강권을 염려하고 '조공외교'를 비판하는 마당에 <동아일보>가 뛰어들었다. 마당 한 가운데에 뛰어들어 전혀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으니 거기엔 그만한 곡절이 있을 것이다. 살피고 헤아리는 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다.
<동아일보>의 논거는 간단하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은 과학적 검증과 국제기준에 따라 판단할 일"이라고 한다.
상론도 편다. 광우병은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고 관리를 엄격히 하면서 사라져가는 추세"이고, "국제수역사무국은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존재하거나 도축돼 식용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광우병에 감염된 소가 도축되더라도 편도와 척수 같은 위험부위를 제거하면 안전하다"고 한다.
넓게 늘어놓을 필요가 없다. <동아일보>가 제시한 평가 기준만 갖고 얘기해도 충분하다.
<동아일보>가 주장의 지렛대로 삼는 건 국제수역사무국 판정이다. 지난해 5월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분류한 것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미국도 바로 이 판정을 무기 삼아 우리 정부의 쇠고기 수입 개방 결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어떨까? 국제수역사무국이 그렇게 판정했으면 만사가 해결된 걸까? 그렇지가 않다.
광우병 관련 기준을 잡는 곳이자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분류한 곳이 바로 국제수역사무국 산하 '육상동물위생규약위원회'다. 근데 공교롭다. 이 위원회 위원장이 미국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소에서 파견한 알렉스 티에르만이란 사람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우리 속담이 퍼뜩 연상되지만 제쳐놓자. 근거 없는 선입견이란 비판에 봉착할 수가 있다.
이건 어떨까?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의 판정대로 광우병 위험을 잘 통제하고 있는 걸까? 전혀 그렇지가 않다.
전 세계에 동영상이 공개됐다. 미국의 한 도축장에서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소, 이른바 '다우너(앉은뱅이)' 소를 지게차를 이용해 강제로 일으켜 세우는 동영상이 만천하에 공개돼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동영상 하나 때문에 미 농무부는 이 도축장에서 생산된 쇠고기 6만여t에 대해 리콜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게 올해 벌어진 일이다. 국제수역사무국이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분류한 다음에 발생한 일이다.
특정위험물질만 제거하면 아무 문제없다는 주장도 빈약하기 그지없다.
정부가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7개의 특정위험물질 가운데 5개 물질의 수입을 허용한 점이 당장 떠오르지만 일단 유보하자. 그것보다 이 점이 먼저 아른거린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일시 수입중단 조치를 내렸다. 쇠고기에서 등뼈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특정위험물질로 분류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수입 금지 대상에서 풀어버린 등뼈를 일본은 문제 삼았다.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동아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일본은 '반미 단체'를 넘어 '반미 정부'에 해당한다.
너무 단순한가? 그럼 이렇게 반문을 돌리자. 특정위험물질만 제거하면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동아일보>의 주장이 맞다면 누가 잘못한 건가? 특정위험물질 7개 중 5개를 풀어버린 우리 정부가 잘못한 건가? 아니면 등뼈 혼입 사례만 갖고도 수입 중단 조치를 내린 일본 정부가 잘못한 건가?
광우병이 사라져가는 추세라는 주장은 군색함을 넘어 무모하기까지 하다.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했다. 건강에 대해서까지 확률을 들이밀면 안 된다. 광우병 발병 비율이 0.01%에 불과하더라도 그 '무시해도 좋을 만한' 경우에 맥없이 걸린 사람은 죽음에 이른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99명의 목숨이 보존되니까 한 명의 목숨은 운에 맡겨도 된다는 식의 논리는 너무 무책임하다. 건강은 고스톱판이 아니다. '써봤자 3점'이란 심리로 '못 먹어도 고'를 외칠 수 있는 분야가 전혀 아니다.
각론에 매달려 시시비비를 가리다보니 덧없다는 생각도 든다. 원천적인 문제는 <동아일보>의 태도에 있다.
토론해야 할 사안에 대못질을 한다. '나의 논거가 옳으니까 조용히 있어'라고 윽박지른다. 윽박지르다 못해 색칠까지 한다. '반미'를 앞세워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에 문제를 제기하는 쪽을 코너로 몬다. 이들을 불순세력으로 몰아붙인다.
구태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정책적 반대와 정치적 곤경에 봉착했을 때 써먹던 낡은 수법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언론사가, 특히 '탈이념 실용'을 외치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케케묵은 색깔공세를 편다.
<동아일보>는 시민단체를 향해 "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힐난했지만 되돌아볼 일이다. <동아일보>의 "반미" 운운에 "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질타하는 국민 목소리가 적지 않음을 돼새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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