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들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좌파' '코드' 등의 딱지를 붙여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하는 것조차 막고 있습니다.
동시에 진행되는 두 현상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승자 독식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 점입니다.
박근혜계 의원들을 탈락시키는 만큼 이명박계 의원들도 탈락시키니까 공평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는 세상 물정 모르거나 상황을 호도하는 얘기입니다. 새로 공천되는 정치 신인 대다수가 이명박 대통령의 후광을 입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어떤 정치성향을 보일지는 물어볼 필요가 없습니다.
노무현 정부 기관장을 축출하려는 시도는 더 직설적입니다. 이들에게 '좌파' '노무현 코드' 딱지를 붙이는 시도를 거꾸로 해석하면 '우파' '이명박 코드'를 심겠다는 애기가 됩니다.
제식훈련과 같습니다. 정치권과 관가, 나아가 언론과 문화계를 일렬종대로 세우겠다는 뜻입니다. 승자 독식의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승자 지배의 구도를 짜겠다는 뜻입니다.
새삼스러운 장면이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사례는 허다합니다. 점령군이 성을 약탈하고 전리품을 챙기는 모습은 동서양에서 공히 나타난 현상입니다. 창업군주의 장자방이 한순간에 '팽' 당하는 일도 숱하게 많았습니다.
이리 보면 작금의 현상은 새로울 것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되풀이되는 역사이고 변함없는 권력 속성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죠.
하지만 허무합니다. 되풀이되는 역사라고 해서, 권력의 속성이라고 해서 '그러려니' 하면 맥없이 무너집니다. 그간 쌓아온 민주주의의 성과가 부정되고 어렵게 일궈오던 다원성의 가치가 훼손됩니다. 그 대신 권위주의적 독선과 일방통행식 명령이 성하게 되겠죠.
당정청 일체화를 추진하려는 의도를 모르진 않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의 당정 분리가 국정 혼선으로 이어진 데 대한 안티테제의 성격이 짙습니다.
하지만 다릅니다. 당정청 일체화와 당정청 일색화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입니다. 전자가 계통의 문제라면 후자는 색깔의 문제입니다. 당정청을 한 색깔로 칠하면 문제제기가 없어지고 토론이 없어지고 검증이 없어집니다. 더구나 언론과 문화계까지 단색으로 물들이면 최소한의 견제장치마저 무너집니다.
결과는 다원성의 훼손으로 나타납니다. 다수의 이익을 내세워 소수의 권리를 제한하고, 대의를 앞세워 소의를 짓누릅니다. 이건 전체주의이고 권위주의입니다.
역설적이게도 ‘노무현 코드’에 대한 비판이 증명합니다. 개인적으론 동의하기 어렵지만 일단 제쳐놓으렵니다. ‘노무현 코드’를 강조하는 이들의 논리를 그대로 차용하렵니다.
이들은 말합니다. ‘노무현 코드’가 원내과반정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물론 정부와 언론․문화계까지 일색화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급격하게 ‘좌파’로 기울었다고, 그래서 치른 사회비용이 엄청났다고 성토합니다.
이 논리를 그대로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명박 코드’로 당정청이 일색화되고 나아가 언론․문화계까지 물들이면 우리 사회는 ‘우파’로 급격하게 기울겠지요. 그럼 이런 현상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을까요?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편향은 반발을 낳고, 반발은 갈등을 유발합니다. 일방통행은 어떤 식으로든 비용을 발생하게 돼 있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사항이 있습니다. ‘노무현 코드’ 때문에 우리 사회가 ‘좌파’로 쏠렸다는 이들의 주장 갖고는 ‘우파’ 이명박 대통령의 탄생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우파’ 대통령을 선출한 주체가 ‘좌파’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코드의 일색화’와 ‘우파 대통령 선출’이 엮어내는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특정 코드로 일색화하는 건 성공할 수 없을뿐더러 애초에 성립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우민사회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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