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 금품 수수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사제단이 그랬다.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가 김용철 변호사로부터 직접 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 바로 이 대목이다.
김성호 내정자의 인선이 발표된 시점은 세 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를 한 뒤였다. 못 봤을 리 없다. 도덕성이 정권과 개인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지를 놓쳤을 리 없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후 어떤 행보를 보여왔는지는 세상이 다 안다. 몰랐을 리 없다. 김용철 변호사나 사제단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짐작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런데도 김성호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낙점을 순순히 받았다. 사제단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간이 콩알 만해져 선뜻 응할 수 없었을 텐데도 김성호 내정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것뿐이다. 김용철 변호사나 사제단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누구 말대로 정권에 타격을 가하려고 정치적 술책을 쓰는 것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석연치가 않다. 반박 정황이 있다.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이 몇날며칠을 고민했다고 한다. 삼성 금품을 받은 고위직을 발표하는 게 정치적 오해를 살까봐 여러 날을 고민하고 숙의했다고 한다.
쇼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바로 그런 정치적 해석을 희석시키기 위해 며칠 동안 뜸을 들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럼 이건 어떨까?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금품을 건넨 적이 있다는 주장은 결정적이다. 김용철 변호사나 사제단으로선 언제, 어디서,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건넸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면 되레 역풍을 맞을 정황 증거를 제시한 셈이다.
그럼 거꾸로 해석해야 할까? 김성호 내정자가 사실을 덮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걸까?
얼핏 봐선 그런 흔적이 있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이 나서 사제단의 명단 발표를 막으려 했다고 한다. 심지어 언론사 간부들까지 사제단에 선을 대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확증이 아니다. 이런 시도가 실제 있었다 해도 그것이 김성호 내정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입증하는 확증이 될 수는 없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여론재판에 회부돼 마녀사냥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김성호 내정자가 마녀로 몰려 화형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예방 조치를 취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역시 확증은 김용철 변호사의 입과 손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의 입에서 6하 원칙에 따른 금품 전달 경위가 진술되는지, 또 그의 손에서 이런 진술을 입증하는 자료가 제출되는지에 따라 진위는 가려지게 돼 있다.
내일 열리는 김성호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 눈길이 쏠리는 건 자연스럽다. 민주당이 김용철 변호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한다. 잘 하면 소모적인 진실 공방을 최소화하면서 진위를 가릴 수 있다. 하루만 기다리면 된다.
반드시 가려야 한다.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김성호 내정자다. 이런 그가 정말 삼성의 금품을 받았다면 우리나라의 청렴성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금품을 받지 않았다면 그는 인격살인을 당하는 것이 된다.
우리나라의 도덕지수를 살리든, 김성호 내정자의 인격을 살리든 양단간에 결론을 봐야 한다.
에둘러 갈 이유가 없다. 민주당이 나서기 전에 김성호 내정자가 먼저 '증인 김용철'과의 대질을 요청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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