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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명박 대통령이 신신당부했습니다. “라면 값이 100원 올랐다”면서 “라면을 먹지 않는 계층은 큰 신경 쓸 일이 아니지만 라면을 많이 이용하는 서민들은 타격이 크다”고 했습니다. "라면을 하루에 10봉지 먹으면 1천원, 한 달이면 몇 만원"이라며 물가를 잡으라고 했습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입니다. 라면값이 오른다는 소식에 마트로 달려가 사재기한 사람 중에 부자는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말대로 이들은 라면을 즐겨하지 않겠지요. 먹어도 인스턴트 라면이 아니라 생라면을 먹을 것이고요.

100원의 소중함을 아는 대통령의 모습이 반갑습니다.

2.

우울합니다. 100원에 얽힌 다른 뉴스를 접하니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선천적으로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구속됐습니다. 식당에 몰래 들어가 100원짜리 동전 10개를 훔쳐 나오다가 잡혔습니다.

꼭 구속까지 시켜야 했는가 싶어 살펴봤더니 검찰이 설명을 했더군요. “피해 금액은 적지만 동종 전과가 6차례나 되고 주거가 일정치 않으며 훔친 것으로 보이는 의류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구속의 법률적 요건은 확보한 셈이었습니다. 검찰이 딱히 잘못된 조치를 내렸다고 주장할 근거는 없습니다.

그래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검찰의 설명은 단지 사법 논리일 뿐입니다. 사회 시선이란 게 따로 있습니다.

이 장애인이 말했더군요. “농아학교를 중퇴한 뒤 집에 있기가 갑갑해 PC방 비용을 마련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습니다.

제 눈길을 끌었던 건 “집에 있기가 갑갑했다”는 구절입니다. 그가 장애에도 불구하고 사회 생활을, 직장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면 갑갑해 했을까요? 절도를 했을까요? 소액 절도 6범의 딱지를 달았을까요?

3.

검찰에게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100원의 소중함을 아는 대통령께 꼭 말하고 싶습니다.

꼭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물가를 꼭 잡기 바랍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성과’를 내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그래야 서민들이 허리를 조금이라도 펼 수 있으니까요.

더불어 말하고 싶습니다. 그게 다는 아니라고….

이명박 대통령은 능동적 복지를 이루겠다고 했습니다. 퍼주는 복지가 아니라 새로운 복지를 이루겠다고 했습니다. 배고픈 이에게 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성장을 일궈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래서 복지를 스스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말 좋은 말입니다. 그게 흔히 말하는 근원적 처방이겠죠. 그래야만 100원짜리 동전을 훔치다가 유치장에 갇히는 장애인이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근데 어찌된 일일까요?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재임 중에 평균 7%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은 이미 빈소리가 돼 버렸습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7%는 어렵고 6%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어제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말했습니다. 인사 청문회에서 올해 6% 경제성장 가능성을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6%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였습니다.

할 말이 참 많습니다. 애당초 가능하지도 않은 일에 큰소리를 쳤냐고 힐난하고 싶습니다. 대선 때는 선거논리가 있으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대통령직 인수위 때 6% 성장을 공언한 건 뭐냐고 따지고 싶습니다. 세계경제가 안 좋게 돌아가기 때문이란 변명은 경제전망조차 잡지 못하는 무능력의 자기 고백에 불과하다고 몰아치고 싶습니다.

관두렵니다. 지금은 따질 때가 아니라 모아야 할 때라고 믿습니다. ‘탓’을 하기보다는 ‘힘’을 모아 경제난국을 돌파해야 서민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고 확신합니다.

이 점만 강조하렵니다.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갖게 한다”는 식의 말은 하지 말기 바랍니다. 꿈과 희망을 얘기하면 할수록 실망과 배신감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1%, 100원은 숫자가 아닙니다. 그건 희망과 절망, 꿈과 낙담을 가르는 이정표가 돼 버렸습니다. 

100원의 소중함을 아는 대통령이라면, 100원에 안절부절 못하는 서민의 고충을 이해하는 대통령이라면 그렇게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