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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후퇴다. 협상단이 여성가족부 존치-해양수산부 폐지로 절충점을 찾았을 때 '안 된다'고 잘라 말했던 손학규 대표다. 그런 그가 '된다'고 말했다. '돌변'한 것이다.
오락가락 행보라고 봐야 할까? 이명박 당선자의 밀어붙이기에 기가 질려 한 발 물러선 것이라고 봐야 할까?
한 발 물러선 건 맞다. 돌변도 맞다. 현상은 그렇다.
하지만 이건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건 이면이다. 현상 이면에서 작용했을 손익 계산법을 마저 살펴야 종합 평가를 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손학규 대표가 이명박 당선자의 밀어붙이기에 기가 질렸다고 보기는 힘들다. 기세 싸움에 져서 마지못해 입장을 번복했다고 보기보다는 치밀한 계산에 따라 '다음 수'를 놓은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과정을 복기하면 알 수 있다.
협상단이 여성부 존치-해수부 폐지 안을 도출한 건 지난 14일이었고, 이 절충안이 뒤집힌 건 다음 날인 15일이었다.
이 기간 동안 두 장면이 연출됐다. 15일 아침에 한나라당의 이재오 의원이 통합민주당 협상단원인 유인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절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이 소식을 전달받은 손학규 대표가 해수부 폐지안 거부를 선언했다.
정치 고단수가 아니어도 안다. 이재오 의원이 전화를 걸어온 15일 아침을 기점으로 해수부 폐지를 관철시킬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자칫하다간 여성부 존치 성과마저 지킬 수 없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그런데도 손학규 대표는 밀어붙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면을 유도했다. 이명박 당선자가 지난 18일 오후 8시에 조각 명단을 발표했고, 이 때문에 오후 6시로 예정됐던 마지막 협상은 깨졌다.
그 뒤에 어떤 여론이 형성됐을까? 크게 세 가지다. 인수위·한나라당이나 통합민주당이나 정략적 차원에서 정부조직 개편 협상에 임해 국정에 혼란이 오게 됐다는 양비론이 하나다. 이명박 당선자의 정무적 판단능력이 떨어져 한나라당과 사전 조율도 하지 않고 판을 깼다는 비판이 둘이다. 손학규 대표가 당내 입지와 총선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강경노선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셋이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걸까? 손학규 대표의 양보 선언으로 이 세 가지 비판은 어떻게 조정되는 걸까?
두 가지는 사라진다. 양비론은 성립할 여지가 없어진다. 손학규 대표가 최종적으로 양보와 절충을 주장하던 당내 온건파의 요구까지 수용함으로써 그에게 쏠렸던 곱지 않은 시선도 흐려지게 됐다.
밑진 게 없는 장사다. 손학규 대표는 강온 양면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정치 지도자의 이미지와 함께 원내1당 대표로서 국정을 팽개치지 않는 이미지를 함께 얻게 됐다.
이런 무형의 소득 뿐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도 거두게 됐다. 정부조직 개편안의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던 이명박 당선자 쪽으로부터 통일부·여성부 존치와 인권위 독립성 유지라는 양보를 끌어냈다. 밑질 게 없는 게 아니라 많이 남긴 장사다.
반면에 이명박 당선자는 얻은 게 별로 없다. 통일부와 여성부를 양보함으로써 정부조직 개편 철학과 일관성은 일찌감치 잃어버렸다. '판 깨기'의 명분이 반감된 상태에서 '배째라' 태도를 보였고, 나아가 '판 복원'의 주도권을 손학규 대표에게 넘겨줌으로써 정치력 부족 이미지마저 쓰게 됐다.
손학규 대표의 '치고 빠지기' 또는 '병 주고 약 주기' 전법에 이명박 당선자가 말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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