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와 한나라당은 '발목잡기'라고 비난한다. 통합민주당은 '토끼몰이'라고 받아친다. 정부조직 개편 협상을 파국으로 이끈 책임을 놓고 양쪽 모두 험한 말을 마다하지 않는다.
양쪽이 멱살을 잡고 있지만 바라보는 곳은 같다. 4.9총선이다. 정부조직 개편 협상 결렬을 총선 이슈로 삼으려 한다. 인수위와 한나라당은 통합민주당의 '발목잡기'를 호소해 안정 의석을 확보하려 하고, 통합민주당은 인수위의 '토끼몰이'를 부각해 견제 의석을 얻으려 한다.
어떻게 될까? 어느 쪽 셈범이 먹혀들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도 모른다. 변수가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하게 말할 게 있다. 정부조직 개편만으로 총선 정국을 전망하는 건 어리석은 시도다.
종합하면 이렇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정부조직 개편안이 총선을 휘감는 이슈가 되기 힘들다. 총선을 전망하려면 두루 살펴야 한다.
살피기 전에 전제하자. 국민은 판관이 아니다. 더 엄밀하게 말하면 개별 심판자가 아니다. 사안 하나하나를 떼어놓고 사안별로 판정을 내리는 존재가 아니다. 여러 사안을 한 데 묶어 판단한 다음에 정치세력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하는 존재다. 국민은 사법 판관이 아니라 정치 판관이다.
이 점을 전제해 놓으면 상당히 많은 요인이 눈에 들어온다.
영어 공교육 강화방안, 한반도 대운하, 인수위원들의 잇따른 추문, 이명박 당선자의 설화 등이 도열해 있다.
정치 요인도 있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에서 공히 나타나는 공천 잡음,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민노당의 분열, 창조한국당의 사실상 와해 등이 어지럽게 작용하고 있다.
이 뿐인가. 며칠 내로 이명박 특검이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예정돼 있다. 여기서 어떤 내용이 터져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큰 흐름은 인수위나 한나라당에 유리하지 않다. 정책 요인의 경우 인수위의 과속으로 국민 반발을 사고 있고, 한승수 총리 후보자의 허위 학력 의혹이 예고하듯이 인사 청문회에서 도덕성이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 지지율이 동시에 빠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흐름을 엿보게 하는 단서다.
통합민주당으로선 표정 관리를 해야 하는 호재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즐길 처지가 아니다. 이명박 특검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도곡동 땅의 경우 이명박 당선자의 친형인 이상은 씨 소유임을 입증하는 자료를 상당수 확보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러면 부정적 이미지를 덮어쓴다. 인수위와 한나라당의 '발목잡기' 공세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그동안의 무능·무력 정당 이미지도 완전히 탈색하지 못했다.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동시에 빠지고, 민주당 합당·창조한국당 와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율이 크게 상승하지 않는 사실이 입증한다.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현 상황은 유동적이다. 총선 유·불리를 따지는 건 섣부른 일이다. 그래도 판세 분석을 해야 한다면 이렇다. 통합민주당은 '밑져야 본전'이고 한나라당과 인수위는 '잘해야 본전'이다.
통합민주당의 총선 목표는 견제 의석이다. 개헌 저지선 즉 100석 안팎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집토끼 즉 과거의 전통적 지지층을 복원하고, 산토끼 즉 부동층의 이명박 정부 견제 심리를 자극하면 혹여 달성할지도 모를 목표다. 게다가 '노무현 프레임'을 '이명박 프레임'으로 상당부분 바꿔놓았다. 뛰놀 공간이 넓어졌다.
한나라당과 인수위의 총선 목표는 절대 과반 의석이다. 그래서 두루 아울러야 한다. 집토끼는 기본이고 산토끼를 최대한 많이 잡아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한나라당과 인수위는 수성을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묶여 있다. 지금의 위치를 지키는 게 급선무다. 방어를 기조로 삼지 않을 수 없다. 퇴로가 없다.
전략 구사 여지만 놓고 보면 통합민주당의 형편이 한결 낫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이건 기초요인이지 완결요인이 아니다. 전략의 생명은 완급을 조절하는 데 있다. 선명성을 강조하는 게 지나치면 과잉이 된다. 그러면 인수위와 한나라당이 쳐놓은 '발목잡기' 이미지에 갇힌다.
얼추 밑그림이 보인다. 총선 정국을 좌우하는 관건은 통합민주당의 정치력이다. 앞서 열거한 숱한 변수들은 통합민주당의 정치력에 따라 조합을 달리 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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