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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말은 없었다. 하지만 퍼포먼스 효과는 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박3일 동안 호남에서 휴가를 보내는 동안 정치적 발언을 한 건 없다. 통합민주당의 출범에 대해 "환영한다"고 한 마디 한 게 전부다.

그런데도 말이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찾은 곳이 특별하다고 말한다. 아들 홍업 씨의 지역구인 무안·신안, 그리고 최측근인 박지원 전 장관의 출마 예정지인 목포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아들과 측근이 밀착 수행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과 공천 경쟁을 벌이는 사람들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길 만으로도 지역 정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 털어놓는 불평이다.

근거가 있는 불평이다. 불평이라기보다는 비판에 가깝다. 홍업 씨와 박지원 전 장관 모두 위법 행위로 사법처리를 받은 사람들이다. 한나라당의 공천 기준을 적용한다면 애초에 공천 신청이 불가능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후광을 비추려 하는 건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

이해할 수 있었다. 대선 때 '전통적 지지층 복원'을 주문하고 '통합'을 촉구하면서 '훈수정치'를 한 것은 한 발 물러서서 볼 수 있었다. 이른바 '정통민주세력'의 줄기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선거 개입'이란 비난을 쉬 내치지 못하면서도 한 발 양보해 보려고 했던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훈수정치'가 개인 차원에 머문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정통민주세력'이 공유해야 할 가치를 주창한 것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은 다르다. 최소한의 '공익'은 찾아볼 수 없다.

지극히 편향적이다. 자신의 아들, 그리고 최측근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전부다. 왜 이들이 공천을 받아야 하는지, 그것이 이른바 '정통민주세력'의 공통의 이익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어떤 근거도 찾을 수 없다. '뒷배'를 봐주고 '후광'을 비추려는 의도로 읽힐 뿐이다.

이러면 부작용이 커진다.

통합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당선 안정권인 호남에서의 공천 경쟁은 더 극심해졌다. 이런 와중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뒷배정치'에 나서면 공천이 왜곡된다. 쇄신 또는 물갈이의 상징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호남에서 '과거회귀 공천'이 이뤄지면 통합민주당의 이미지는 퇴행하고 총선 경쟁력은 반감된다.

총선 후도 문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광'을 받은 구 동교동계 인사들이 원내에 진출하면 세력이 형성된다. 동교동계의 부활에 버금가는 세력화다.

이들이 미래지향적인 역할을 할 건 없다. 포용정책 수호자로 나설지 모르지만 그 건 이미 통합민주당 인사들이 폭넓게 공유하는 가치다. 굳이 이들이 수호자를 자처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과거회귀적인 기능할 할 공산이 크다. 지역주의, 계파정치 부활의 창구가 될 수 있다. 더구나 호남 외 지역 인사들의 원내 진출 실적이 미미하면 이들의 활동 폭은 더 커지고 통합민주당은 '도로 민주당'으로 격하된다.

그래서다. 통합민주당 지도부가, 박재승 위원장의 공천심사위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광'에 가림막을 칠지 모른다. 그래야 통합민주당이 살기 때문이다.

근거도 있다. 지난해 4.25보궐선거에 출마한 홍업 씨가 구 민주당의 총력지원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씨의 지원유세에도 불구하고 49.7%의 득표율로 어렵사리 당선된 예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게다가 통합민주당의 적수가 없다.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단일 후보를 낼 토대를 닦았다. 홍업 씨나 박지원 전 장관이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한 번 해볼 만한 여지는 충분하다.

자충수가 되기 쉽다. 통합민주당이 '뒷배정치'를 거부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궁지에 몰린다. 팔을 안으로 굽히려다가 그 팔로 자신의 가슴을 칠 수 있다. 이른바 '정통민주세력'의 생존을 노심초사하던 '원로'의 이미지는 삭탈되고 일탈행위를 한 '아버지' '보스'의 이미지만 얻게 된다.

정치에서 불명예 퇴장하는 길을 스스로 여는 것이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