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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심상정 의원은 탈당을 선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뭘 고민하는 걸까?

면구스러운 걸까? 혁신안이 당 대회에 상정되기도 전에 탈당해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을 만든 사람들과 즉각 결합하는 게 면구스러운 걸까? 자신이 비대위 대표로 있을 때 비판했던 이들의 행태에 곧장 동조하는 게 낯간지러운 걸까?

아니면 민노당에 미련이 남은 걸까? 비록 혁신안이 부결됐지만 그래도 혁신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믿는 걸까?

이도 저도 아니면 제3의 길을 고민하는 걸까? ‘새로운 진보정당운동’도 민노당도 아닌 제3의 진보정당을 꿈꾸는 걸까?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과속 행태’를 비판하면서 제3의 진보정당 창당을 주장하는 일부 평등파 인사들과 뜻을 같이 하려는 걸까?

설 연휴 동안 숙고한 다음에 입장을 밝힌다고 하니 기다려 볼 일이지만 속내를 얼핏이나마 엿볼 수 있는 단서는 있다. 태도와 현상이다.

‘일심회’ 제명을 추진하면서도 ‘종북주의’ 비판을 과도하다고 견제했던 그다. 이런 태도를 두고 일각에서는 절충적이었다고 비판하지만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양 극단을 제거함으로써 ‘대동’의 기틀을 마련하려고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런 태도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분열 방지다.

하지만 현상은 분열로 치닫고 있다. 민노당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민주노총과 전농, 전빈련 등이 입장을 달리 하고 있다. 대중조직별로 입장을 달리하는 것만이 아니다. 조직 내에서 민노당 분열상을 재연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면 갈기갈기 찢긴다. 조직이 갈리고, 힘은 분산되고, 정국 대응력은 약화된다.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분열을 막고자 했던 자신의 노력이 무산됐다고 해서 특정 분열세력에 몸을 의탁하는 건 어색하다. 몸을 함부로 움직이면 대중조직의 분열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때도 좋지 않다. 이명박 당선자는 민주노총과 각을 세우고 있다. 한미FTA 비준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력 대응’을 해도 모자랄 판에 조직이 찢기고 대중운동이 갈리면 만신창이가 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길게 보고 새로운 진보세력을 건설해야 한다고 훈수를 둔다. 맞는 얘기지만 한편으론 한가한 소리다. 깨지고 터지면 패배주의가 유포된다.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하는 건 비전과 전략을 가졌을 때의 얘기다.

‘숙고’는 자연현상에 가깝다. 상층부 몇몇만의 조직 결성으로 진보세력의 대안이 건설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대중운동을 조직화하는 건 고사하고 기존 대중조직마저 분열된다면 어떤 진보정당을 만들더라도 힘을 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중시한다면 섣불리 길을 잡을 수 없다.

심상정 의원의 어깨 너머로 얼핏 살핀 게 틀리지 않다면 ‘조속한 결론’을 기대하는 건 과욕이다. 그는 그 어떤 카드도 쉽게 선택할 수 없다.

숙고 다음의 일성을 기다릴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모든 이들이 무릎을 딱 칠 묘안을 제시할 깜냥이 되지 않는 한….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