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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 대통령이 되면 뭐가 좋은 거야?

며칠 전입니다. 저와 나란히 팔베개를 하고 누워 후보들의 선거유세 뉴스를 보던 큰 놈이 질문을 던지더군요.

뜨악했습니다.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질문이었거든요.

큰 놈은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김구 할아버지나 이순신 장군이 어떻게 나라를 구했는지, 얼마나 위대한 분인지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모를 리 없죠.

"네 장래 희망이 뭐니?" 하고 물으면 "대통령이요"라고 '뻥'을 칠 나이입니다. 그런데 뭐가 좋냐니….

2.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윽박질렀습니다. 뉴스 봐야 하니까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큰 놈의 호기심을 진압한 후에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정말 뭐가 좋은 거지?'

솔직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와 정반대되는 생각은 해본 적이 있습니다. 국민과 언론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보면서 '저 자리가 뭐 그리 좋다고 사서 매를 벌까?' 하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것 같으면서도 같다고 할 수 없는 큰 놈의 질문은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3.

역대 대통령의 족적을 더듬어 봤습니다. 뭐가 그리 좋았던 건지를….

회상의 단편은 우울했습니다. 한 대통령은 망명길에 올랐고, 다른 대통령은 부하의 총탄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두 명의 대통령은 교도소에 갔고, 또 다른 두 명의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자식들을 교도소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 현직 대통령은 자리에 앉아보니 5년 임기가 너무 긴 것 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단편이 전부를 담아내는 건 아닐 겁니다. 말 그대로 한 조각에 불과하니까요. 오욕이 있으면 영광도 있는 법이겠죠. 그게 뭘까요? 건국의 아버지? 경제 기적의 주역? 한반도 평화의 설계사? 이런 평가들일까요?

하지만 역사는 아직 이런 평가에 마침표를 찍지 않았습니다. 평가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영광'의 면류관을 쓰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4.

그래도 중요한 단서는 손에 쥔 것 같습니다. '성취'가 아닐까요? 대통령이 좋은 이유, 그건 '성취'일지 모릅니다. 자신이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그 무엇을 소신껏 설계하고 집행하는 것처럼 큰 성취감을 느끼는 일은 없을 겁니다. 자신의 '성취'가 국민 공익으로 확장되면 역사의 평가도 받게 되겠죠. 도전해볼 만한 값어치는 충분히 있는 것 같습니다.

5.

몇 시간이 지나면 또 한 명의 대통령이 선출됩니다. 환호하겠죠. 자신을 뽑아준 국민에게 감사를 표하고 국정 쇄신을 다짐할 겁니다.

정말 잘 되기를 바랍니다. 관전자의 돈 안 드는 덕담이 아닙니다. 절실하게 기원합니다. 대통령 개인의 성취가 나의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대통령 당선자가 정말 간절히 ‘성취’하고자 하는 게 뭔가요? 수십 개로 쪼개 나열한 공약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 모든 걸 ‘성취’하리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 모든 것에 간절함이 배어있다고 믿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유권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화려하게 치장한 메뉴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간절하게 ‘성취’하고자 하는 게 뭔가요? 온갖 오욕을 뒤집어쓰더라도 굴하지 않고 임기 내에 달성하고자 하는 ‘염원’이 뭔가요?

‘가족행복’ ‘국민성공’은 와 닿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몇 명이나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응답할까요?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시장원리에선 ‘국민성공’은 애당초 불가능합니다. 오히려 성공하는 사람과 패배하는 사람이 확연히 갈리겠죠.

이런 추상적이고 공허한 가치에 공감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거듭 거듭 묻습니다. 대통령 당선자가 정말 간절히 ‘성취’하고자 ‘염원’하는 게 뭔가요?

'당선‘ 그 자체가 성취는 아니겠지요?

6.

이번엔 제가 큰 놈에게 물었습니다. “대통령이 되면 뭐가 좋을까?” 큰 놈이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좋은 거 없어. 일만 많이 하지 뭐.”

그 다음 말이 더 가관입니다. “학교 가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것보다 더 힘들잖아.”

앞날이 캄캄해집니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