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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선일 씨 추모제 ⓒ오마이뉴스

법원 판결이 나왔다. 고 김선일 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돼 살해되는 과정에 국가 과실은 없었다는 판결이다.

고 김선일 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취지는 재외국민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 국가가 테러 위험을 알리지 않고, 추가 파병(자이툰 부대)을 철회하라는 납치단체의 요구를 즉각 거부하는 바람에 고 김선일 씨가 납치돼 살해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기각했다. 과거에도 테러 첩보를 전달한 적이 있는데도 고 김선일 씨가 몸담았던 가나무역 직원들이 위험지역인 팔루자에 여러 번 다녀온 적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테러 위험 고지가 큰 의미가 없었다고 했다. 추가 파병 철회 요구를 거부한 것이 구조 포기나 살해 방치의 불법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의 판결은 과연 옳은 걸까? 일단 그렇다고 치자. 그럼 이 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분당 샘물교회 선교단원이 탈레반에 의해 납치됐다. 국가가 아프가니스탄을 '여행제한국'으로 지정했는데도 이들은 거리낌 없이 들어갔고 전세버스를 타고 버젓이 이동했다.

선교단원 납치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동의부대가 연말에 철군할 계획이라며 이를 지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당사자들이 정부의 '위험' 경고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는 점(고 김선일 씨 관련 법원 판결에 따른다면)은 같다.

추가 파병 철회 요구를 즉각 거부한 반면 동의부대 철군 요구를 즉각 약속한 점은 다르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상황적인 요인이 있다. 서희·제마부대에 이어 자이툰 부대가 파병되기 직전(두 달 전)에 고 김선일 씨 납치사건이 발생한 반면에 동의부대 철군을 확정한 뒤 선교단원 납치사건이 발생했다. 정부의 운신 폭에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상황의 차이쯤으로 갈무리하자. 본질을 파고들려면 해외 파병의 정당성까지 짚어야 하지만 여기서 주되게 짚고자 하는 건 그게 아니다.

그래도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다. 선교단원 납치사건 때는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특사로 파견됐고, 김만복 국정원장이 현지에 가서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고 김선일 씨 사건 때는 이러지 않았다. 주 이라크 대사가 사태 해결을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어떻게 볼 것인가? 운신의 폭은 그렇다 치고 대응 태도와 원칙에 이렇게 현격한 차이를 보인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정부가 '추가파병 철회' 요구를 단칼에 물리치면서 내세웠던 원칙 가운데 하나는 테러단체와 협상하지도, 그들에게 굴복하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법원도 이 점을 인정했다. 그게 "인질 납치범에 대한 세계적인 대응방법"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탈레반에 대해서는 외교안보라인의 핵심요직에 있는 인물들을 잇따라 파견해 협상하게 했다.

'인원 수' 차이 때문이었을까? 한 명이 목숨을 잃는 것과 다수가 집단 살해되는 것이 미치는 정치적 파장이 달랐기 때문이었을까? 이렇게 해석하는 건 너무 악의적이다. 목숨에 '급'과 '무게'를 매기는 건 인류애 원칙에도 맞지 않다.

좋게 해석하자. '진일보'로 해석할 수 있다. 고 김선일 씨 사건 해결과정에서 얻은 교훈과 노하우를 선교단원 납치사건 때 십분 발휘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테러 원칙보다 더 중요한 게 사람 목숨이라고 '득도'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공교롭다. 이렇게 해석하니 엉뚱한 평가가 나온다. 고 김선일 씨 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은 이런 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숙!'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