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의원 80여 명이 검찰청에 떼로 몰려갔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다. 한나라당의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이 검찰을 향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협박하는 거냐"고 맞받아쳤던 통합신당이 어쩜 그리 똑같은 행태를 보이느냐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누가 봐도 명백한 수사 간섭이요 검찰 압박이라고들 한다.
지극히 타당한 비판이다. 토를 달 여지가 없다.
그래서 더욱 의아하다. 통합신당은 욕 얻어먹을 걸 몰랐을까? 고도의 정치감각은 필요치도 않다. 일반적인 상식만 갖고 있어도 '사서 매를 버는' 행태라는 것쯤은 알고도 남을 일이다. 그런데도 통합신당은 검찰 압박을 감행했다. 왜 그랬을까?
유의해서 읽어야 할 관련 기사가 있다. <한겨레> 기사다. 딱 두 문장으로 구성된 구절이 눈길을 끈다. 이렇게 돼 있다.
"통합신당 쪽에서는 검찰 수뇌부와 일선 수사팀 사이에서 BBK 사건 수사 발표의 범위를 놓고 의견 차이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BBK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검찰이 상당부분 확인해 놓고도 검찰 수뇌부가 수사 발표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신당이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대검찰청으로 몰려간 이유가 여기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검찰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는데 이를 사전에 제압하지 않으면 뼈아픈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정말일까? 통합신당 안테나에 잡힌 검찰 기류는 실제상황일까? 아니면 통합신당의 노심초사가 지나쳐 없는 병을 만드는 지경에 이른 걸까?
확인할 길은 없다. 검찰에 물어본다고 해서 딱 부러지는 얘기를 해줄 리도 만무하다. 현재로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단서를 토대로 추정하는 수밖에 없다.
첫번째 단서는 <조선일보> 보도다. 검찰이 이명박 후보 조사를 놓고 고심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부적으론 어떤 형태로든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결론을 못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된 만큼 소환조사보다는 서면조사 쪽에 무게를 두고 검토 중이지만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조선일보 기사보기>
<조선일보>의 이 기사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김경준 씨의 구속 만기일은 12월 5일, 시한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검찰이 이명박 후보 조사 방법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면 검찰 수사결과가 반쪽짜리에 그칠 수도 있다. 당사자의 소명을 듣지 않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건 누가 봐도 합리적인 일 처리가 아니다.
아직 닷새라는 시간이 남았으니까 그 사이에 소환조사든 서면조사든 후다닥 조사를 마치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지만 그건 전적으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협조 여하에 달린 문제다. 그래서 유동적이다.
물론 다른 길이 없는 건 아니다. <조선일보>가 기사 마지막 문장으로 한 줄 걸친 게 있다. "남은 기간에 객관적인 자료로 이명박 후보 연루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엔 조사 없이 결론을 낼 수도 있다"고 했다.
방점을 잘 찍어야 한다. 이 길은 이명박 후보의 연루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에만 밟을 수 있는 길이다. 정말 이런 경우가 도래할까?
<조선일보> 보도가 나온 바로 오늘 <중앙일보>가 다른 소식을 전했다. 이명박 후보의 연루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BBK 대주주였던 홍종국 씨가 “1999년 9월 BBK에 30억 원을 투자해 지분 99%를 갖게 됐고, 한두 달 뒤 절반의 지분을 김경준 씨에게 판 뒤 2000년 2월 28일 이후에 나머지 지분도 김 씨에게 넘겼다”고 검찰에서 진술했으며, 투자금 30억 원의 출처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e캐피탈의 대주주인 이덕훈 흥농종묘 전 회장의 돈이었다는 내용이다. <중앙일보 기사보기>
<중앙일보>가 전한 홍종국 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BBK 사건 규명의 열쇠로 여겨졌던 한글 계약서는 효력을 잃게 된다. 시점 때문이다. 홍종국 씨가 김경준 씨에게 나머지 지분을 넘겼다는 2000년 2월 28일은 이명박 후보가 자신의 BBK 지분 전체를 김경준 씨에게 양도하기로 했다는 한글 계약서 작성 시점(2000년 2월 21일)보다 일주일이나 늦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전한 두 개의 단서는 의미심장하다. 하나는 수사의 방법을, 다른 하나는 수사의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다. 하나는 수사에 한계를 씌우고 다른 하나는 수사 내용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 두 개의 단서에만 의존하면 BBK 수사는 아직까지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상태라는 판단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다른 보도도 있다. 검찰이 한글 계약서에 찍힌 이명박 후보의 도장이 '진짜'라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지분 양도대금인 49억 9995만 원에 대한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다.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고 예측은 불가하다. 전해지는 소식이 난기류에 올라타 춤을 추는 마당에 뭘 근거로 예측과 전망을 내놓겠는가. 검찰은 말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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