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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개진'이다. 청와대나 한나라당이나 '삼성 특검법'에 딴죽을 거는 논리가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청와대는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을 통과시켜주면 특검법을 받겠노라고 한다. 얼핏 들어선 의지가 대단해 보인다. 공수처가 뭐하는 곳인가?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상시 수사하는 곳이다. 삼성의 비자금 조성·로비 의혹 같은 일회성 사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공수처를 설치해 고위 공직자의 비리와 부패를 뿌리째 도려내자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아니다. 불과 두세 달 전이다. 변양균·정윤재 사건이 터졌을 때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깜이 안 되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했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일축해 버렸다.

궁합이 맞지 않는다. 공수처를 설치해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는 공언과 측근 비리에 대해 팔이 안으로 굽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부조화의 극치다.

한나라당도 그렇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회 법사위의 특검법 합의안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하면서 몇 가지 논리를 내세웠다. 그 중 하나가 '위헌 요소'다. "수사 대상에 삼성의 불법상속 의혹 부분이 포함돼 있는데 이 부분은 수사와 재판 중인 사건"이라며 "만약 특검에서 불법상속 의혹이 조사된다면 재판에 영향을 미치므로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했다.

역시 두세 달 전이다. 한나라당은 변양균·정윤재 사건이 터졌을 때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제를 도입해서라도 끝까지 밝혀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목소리를 키우고 있을 때 정윤재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은 구속기소돼 있었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좋게 볼 수가 없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표정이 다른 게 인지상정이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도무지 원칙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결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가 바른 말을 했다. 특검법을 한국판 '마니풀리테(깨끗한 손)' 운동의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게 정답이다.

'마니폴리테'는 이탈리아에서 1992년 시작된 부패척결 수사다.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의 수사로 시작된 마니풀리테로 인해 1년 동안 3천여 명의 정·재계 인사가 체포·구속됐고, 전체 의원의 1/4분 가량인 177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말이 나온 김에 첨언하자. 안상수 원내대표는 수사기간이 너무 길다고 했다. "90명의 수사관이 거의 105일 동안 한 기업에 달려들어 수사를 한다면 기업이 온전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간을 70일 정도로 절충하자고 했다.

토를 달 게 한두 가지가 아닌 말이지만 그냥 넘어가자. 안상수 원내대표의 말에서 힌트가 삐져나왔다.

안상수 원내대표 말대로 수사기간을 줄이는 게 나을지 모른다. '한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절호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다. 줄어드는 수사기간은 수사관의 확충으로 보완하면 된다(안상수 원내대표는 수사관도 줄이자고 했지만 이건 안 된다).

수사기간 설정 여하에 따라 파급력이 천양지차일 수 있다. 총선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특검 임명 절차 등을 감안하면 특검제가 도입된다 해도 수사가 개시되는 건 빨라야 한달 후이다. 이 점까지 감안해 수사기간 105일과 70일에 대입하면 수사결과 발표 시점이 확연히 갈린다. '105일'의 경우 총선 이후에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거나 총선 일정과 아슬아슬하게 겹치게 된다. 하지만 '70일'은 그렇지가 않다. 총선 전에 삼성을 매개로 한 우리 사회의 부패·비리구조가 드러날 수 있다.

이는 중요한 단서다. 총선에서 누구를 찍을지, 총선에서 어느 당을 지지할지를 가를 중요한 잣대다.

정파성은 없다. 삼성의 '검은돈'이 특정 정파에 집중적으로 전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나라당의 강력한 요구로 '최고 권력층의 로비 의혹'도 수사대상에 포함된 터다. 특정 정파의 유·불리를 따질 이유도, 그럴 명분도 없다.

있는대로 수사하고 캐낸대로 공개하면 된다. 유권자는 특검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표를 행사하면 된다. 그러면 한국판 '마니풀리테' 운동은 최소치에서라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하지만...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시간에도 국회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고, 청와대는 거부권 발동 가능성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글의 수명은 불과 몇시간에 불과하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