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의원 홈페이지
이명박 후보가 기소될 경우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따라 당원권이 자동 정지되기 때문에 대선 후보로 등록할 수 없다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말은 맞다. 기소된다고 유죄가 확정되는 건 아니다. 기소는 죄의 유무를 가리기 위한 절차가 개시됨을 뜻한다. 기소만으로는 죄의 유무를 가릴 수 없고, 죄의 유무가 가려지지 않는 한 징계를 내릴 수 없다.
홍준표 의원의 말은 지극히 타당하다. 법 논리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그래서 더더욱 해괴하다. 홍준표 의원이 소속된 당의 당헌·당규는 그렇게 돼 있지 않다.
당헌 제84조에는 '대통령 후보자로 선출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고 후보자 등록일 현재 당적을 보유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당헌 제43조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된 경우 해당 당원은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정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권해석의 여지는 없다.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기소와 동시에"로 돼 있다.
그런데도 홍준표 의원은 '창조적으로' 유권해석을 내린다. 당헌 제43조를 "윤리위원회가 심의를 시작한다"는 뜻으로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당헌 제43조의 문안 전체를 보면 그렇다. 이렇게 돼 있다.
'당헌 및 당규를 위반하거나 기타 비위가 있는 당원에 대한 징계처분 심의·의결. 단,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된 경우 해당 당원은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정지함.'
윤리위가 심의·의결을 거쳐 징계를 내릴 대상과 자동으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릴 대상을 나눠놓았다.
사리에도 맞지 않다. 홍준표 의원이 강조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른다면 윤리위가 심의·의결할 수 있는 시점은 사법부의 확정판결이 난 이후여야 한다. 윤리위가 '부정부패' 혐의를 포착함과 "동시에" 심의·의결하는 것도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다.
홍준표 의원의 유권해석은 창조적일지는 몰라도 합리적이지는 않다. 그래서일까? 다른 소식이 들린다. 한나라당이 문제의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신빙성이 높지는 않다. 이 소식을 전한 김종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조차 "첩보"라고 했다.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인다. 다른 규정이 있다. 윤리위 규정 제29조는 '대표최고위원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징계와 동시에" 구제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이 권한을 발동하면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 나서는 데 지장이 없다. 규정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정치적 타격은 크다. 당헌상으로는 출마할 수 없는 사람이 정치적 구제를 받아 출마를 했다는 오명을 쓰게 된다. 두고두고 상대 후보의 공격거리가 될 건 헤아릴 필요조차 없다.
가장 좋은 길은 무혐의 처분을 받고 기소되지 않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대선 후보 등록일 이전에 기소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그래서 바쁘다. 발걸음이 빨라지고 입놀림도 부산하다.
한나라당은 김경준 전 BBK 대표 귀국에 맞춰 상황실을 꾸리고 24시간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당 소속 변호사를 주축으로 상황팀을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 꾸리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홍준표 의원은 "기소될 리가 없다"면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김경준의 범죄사실이 확인되고 10일 정도가 지나야 이명박 후보 관련 여부 수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는 대선 후보 등록이 끝난 시점이고 선거운동기간이다."
궁금해진다. 대선 후보 등록일이 왜 이렇게 중요한 걸까? 그 앞과 뒤의 상황이 어떻게 다른 건가?
공직선거법 제11조는 이렇게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의 후보자는 후보자의 등록이 끝난 때부터 개표 종료시까지 사형·무기 또는 장기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행범인이 아니면 체포 또는 구속되지 아니하며, 병역소집의 유예를 받는다.'
한 대목이 도드라진다. 대선 후보자는 체포·구속·병역소집에서 혜택을 받지만 (불구속)기소까지 유예 또는 면제되는 건 아니다. 그 어디에도 관련 구절은 없다.
체포·구속·병역소집에서 혜택을 받는 요건도 불분명하다. '사형·무기 또는 장기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라면 체포·구속·병역소집에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임의적인 해석과 일방적인 주장은 금물이다. 그런 해석과 주장을 섣불리 내놓을 때도 아니다. 김경준 씨는 아직 인천공항에 도착하지 않았고, 검찰 수사도 재개되지 않았다. 이런 마당에 무슨 '기소' 공방인가. 지금은 검찰 수사를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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